용산에 대통령 1, 여의도에 대통령 2, 충정로에 대통령 3……
강성 지지층이 휘감아버린 정부와 민주당, 여야 협치 어디로 가나
아! 기쁨도 잠시.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대단히 골치 아픈 선물을 받아들었다. '특검법 수정안 합의 뒤집기 한 판'이 그것이다.
시간을 조금 되돌려보자. 지난 10일, 여야는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 확대를 최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정안에 합의하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자 발표 직후부터 더불어민주당의 강성 지지층과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이 쏟아졌다. 11일 오전 정청래 대표는 지도부의 뜻과 다르다며 합의를 뒤엎고, 재협상을 지시했다. 합의안에 대한 김병기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흘러나오자, 김병기 원내대표는 '긴밀히 소통해 결정한 내용'이라며 반박했고, 정청래 대표에게 특검법 개정안의 여야 협의 파기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런데 웬걸, 이 대통령도 11일에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직접 "그런 합의는 야합이지, 협치가 아니다"라며 특검법 수정안 합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도대체 어떤 소통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린 것일까.
주변 반응을 살펴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해서 놀랐다기보다는 '생각보다 일찍 터졌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특히 오래 전부터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청래 대표의 정치적 야망을 익히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오히려 더 일찍 안 터진 게 이상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임 100일을 충분히 즐기며 단꿈에 푹 빠져야 할 이재명 대통령의 심기는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여야 합의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분한 소통을 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 매우 중차대한 일인 '특검법 수정안 합의'를 두고서 당내 투톱이 서로 다른 입장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합의 내용을 하루 만에 뒤집어버림으로써 심각한 내부 갈등을 그대로 드러냈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특검법 수정안에 반대를 외친 상황이라니. 취임 100일을 맞이해 보여줘야 할 것은 그렇게 외치던 '협치'와 '국정의 비전'이어야 했으나, 국민 앞에 드러난 것은 민주당 내부의 권력 다툼과 하루 만에 뒤집어진 합의 파기였다. 이로 인해 대통령과 여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는 매우 크게 떨어졌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합의 파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에는 대통령이 셋"이라는 풍자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용산 대통령 이재명, 여의도 대통령 정청래, 그리고 충정로 대통령 김어준.
몇 년 전부터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정당으로 변해왔다. 대선 경선이든, 전당대회든, 정책 노선이든 강성 지지층의 여론이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번 특검 수정안 합의 파기도 그 흐름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민주당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더 이상 민주적이지 않고, 강성 지지층의 정서와 압박에 종속되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태인 것이다.
실제로 이번 특검법 합의문을 발표하자마자,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의원들은 반발했고, 결과는 하루만에 뒤집어졌다. 아마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엄청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원내대표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여야간 합의를 24시간 만에 뒤집어야만 했지 않았을까.
이번 사태처럼 강성 지지층이 만들어내는 여론의 움직임이나 어떠한 압박과 반발에 의해 여야가 이미 합의한 공식적인 입장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뒤집어버리게 되면,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정치권이 생각하는 국민은 대체 어떤 존재인가'라는 회의감과 함께 분노만 잔뜩 일게 되고, 국민의 마음은 정치로부터 더욱 멀어질 것이다.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없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국내외 경제계가 뜯어 말렸던 노란봉투법 통과를 필두로 거대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수많은 입법 폭주로 인해, 대한민국의 경제가 흔들리고 사회시스템이 서서히, 그리고 빠르게 무너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생에 관심 있는 척하며 본인들의 이권 다툼,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큰 좌절감과 절망감만 줄 뿐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대통령이 셋인 정당'은 존재할 수 없다. 지금처럼 정치의 본질인 책임과 신뢰를 망각하고 강성 지지층에 완전히 의존하는 정치를 지속한다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 곧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먹고사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점을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집권당으로서 대한민국 경제발전과 민생을 위해 치열하고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보길 권한다.
글/ 송서율 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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