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도 돈 있어야 한다”…외식업계, 철거·대출 지원에 숨통트이나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9.10 07:01  수정 2025.09.10 07:01

정부, 폐업 지원 확대…대환대출·철거비 대출 신설

최악의 외식 경기…소득 줄고 소비 얼어붙어

‘문 닫아도 비용’…철거·재고·인건비 부담 여전

외식업계 “진통제 아닌 치료제 필요” 목소리도

서울 시내 한 식당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폐업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철거비와 대출 상환 지원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문 닫는 데도 수백만 원’이 드는 현실에서, 이번 대책이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울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4일 ‘폐업지원 대환대출’ 지원 대상을 지난해 12월 이전 대출에서 올해 6월 이전 대출까지로 확대했다. 지원을 받지 못했던 상당수 업주들이 구제 대상에 포함했다. 복수 점포를 운영하다 한꺼번에 폐업하는 경우에도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지원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성실상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리는 낮추고 한도는 높인 맞춤형 특별 신규자금도 마련했다. 기존 대출보다 0.2∼0.5%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대출 한도는 66% 이상 늘린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처럼 정부가 폐업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폐업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불가피한 폐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비용과 채무 누적을 완화해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고, 금융 불안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 성격이다.


현재 외식 경기는 최악의 국면에 놓여 있다. 올 2분기 가계 실질 소비는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소득이 감소했다. 급기야 자영업자의 줄폐업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얼어붙었다.


정부는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지급 등으로 3분기(7~9월) 이후로는 실질 소비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와 제조업 부진, 통상 불확실성 등 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실질 소득 개선과 소비 회복이 본격화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부담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개월 미만 신생 음식점의 폐업이 급증했다. 일반음식점업의 6개월 미만 폐업 업체는 1만2000개로 전년 대비 49.4% 늘어났다. 휴게음식점도 9000곳이 폐업해 전년보다 70.7% 늘었다.


식당가에서 폐업이 늘어나는 현상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원재료와 인건비, 임대료·수수료 등 ‘고정비 3중고’가 자영업자의 손익을 압박하면서 생존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수입 원재료도 환율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고, 국제 유가 상승은 물류·운송비를 끌어올린다.


폐업을 결정해도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원상복구·철거비가 대표적이다. 음식점은 대부분 임차 형태로 운영되는데, 임대차 계약 시 ‘원상복구 의무’가 명시돼 있어 주방 설비와 배기 덕트, 가스·전기 시설, 인테리어 등을 철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외식업계는 정부의 폐업 지원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간 영업을 중단하고 싶어도 철거비, 재고 처리비, 인건비 정산 등으로 인해 ‘폐업조차 못 한다’는 호소가 이어져 왔다. 이번 지원책이 자금 공백을 메우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업은 다른 업종보다 주방 설비나 인테리어 철거비가 많이 들어 마지막까지 큰 부담이 된다”며 “정부 지원으로 폐업 결정을 조금이라도 덜 두려워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종합상가 점포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업계서는 남은 하반기도 폐업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건비 등 부담이 큰 가운데 구인난도 동반되고 있는 데다, 물가 상승과 함께 소비 위축 현상 역시 지속되고 있어서다. 올해는 금리인상과 함께 공공요금 인상 등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 응답 중 43.6%가 개점 3년 내 폐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항목으로는 원재료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용 지출을 꼽았으며, 실제 개업 1년 차 생존율은 3분의 1이 넘는 약 65.3%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앞으로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상승, 코로나19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게 되면 ‘줄폐업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최근 자영업자 최대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살펴 봐도, 근로기준법 확대와 관련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주휴수당폐지 해달라니까 정부는 죽으라며 더 큰 폭탄을 던지네”, “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 등 부정적인 여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책의 공백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제도는 창업 초기 자금을 지원하거나 폐업 시 정리 비용을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원자재비 등 고정비 부담을 완화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폐업 지원이나 대환대출은 이미 무너진 뒤를 수습하는 진통제에 불과하다”며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없는 이유는 임대료, 인건비, 원재료비 같은 고정비 구조 때문인데, 이를 건드리지 않는 한 폐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의 출구만 마련할 게 아니라,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만드는 근본적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