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삼국지' 개막…SK하이닉스 독주에 삼성·마이크론 정면승부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9.15 14:02  수정 2025.09.15 14:03

초고성능 AI 메모리 HBM4, SK하이닉스 세계 최초 양산 체제 구축

삼성, 10나노·4나노 미세공정으로 속도·품질 승부, 마이크론도 맞불

엔비디아 '멀티벤더' 공식화 속 기술·공급 안정성·단가 전면전 예고

SK하이닉스 HBM4 이미지.ⓒSK하이닉스

최신 HBM4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SK하이닉스 독주, 삼성의 추격, 마이크론의 도전’이라는 삼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 시장은 인공지능(AI) 수요 폭증과 함께 초고성능·초고효율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각 사별로 상이한 전략과 기술 차별화, 그리고 공급망 경쟁력이 입체적으로 교차하는 판세다.


AI 빅사이클이 부른 HBM4 시대, SK하이닉스의 굳히기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 70%를 돌파하며 압도적 1위를 수성한다. 6세대 HBM4 양산 체제도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 HBM4는 대역폭을 최대 2TB/s(기존 대비 약 2배)로 높이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개선했다.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메모리 병목’ 현상을 혁신적으로 해소할 기술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실제 SK하이닉스의 2025년 2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을 돌파하며 ‘AI 메모리’의 급성장 동력이 됐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의 맞춤형 HBM 요구에 발맞춰(커스텀 HBM) 적극적으로 표준과 사양 조정에 나서며, 공급 협상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검증된 제조 수율·적층 기술, MR-MUF 패키징 공정 등은 공급 안정성의 밑바탕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K하이닉스가 HBM4 초격차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평가한다.


"절치부심" 삼성전자, 초미세 공정·맞춤형 전략으로 반전 노려

삼성전자는 HBM4 양산에 1c(10나노) D램·4나노 파운드리 공정 적용, 베이스 다이 커스텀 설계 등 기존과 확연히 다른 기술적 변화를 추진한다. 엔비디아 등의 인증은 아직 진행 중이나, JEDEC 표준(8Gbps)을 훌쩍 넘는 11Gbps 속도 및 12단 HBM 개발로 가격·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핵심은 기존 HBM3E에서 뜻밖의 수율(양품률)·품질 경쟁에서 밀렸던 아쉬움을 ‘초미세 공정의 안정화’와 고객 맞춤형 HBM(커스텀 다이)으로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삼성은 대규모 투자와 총력전을 예고하며, 올해 하반기 HBM4 본격 양산 돌입과 함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사활을 건다.


마이크론의 '틈새' 전략…원가경쟁력·맞춤형 설계로 반전 노려

미국 마이크론은 완전한 최첨단 수준의 패키징 공정이나 초미세 로직을 채택하지는 않지만, 기존 기반을 활용한 원가경쟁력, 글로벌 고객사 맞춤형 HBM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향후 1~2년 내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 점유율이 10%대 중반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엔비디아·구글 등 ‘멀티벤더’를 표방하는 빅테크의 전략적 조정이 HBM4 세 회사의 시장 판도를 크게 좌우할 전망이다. 실제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하는 ‘루빈’ AI 칩부터 공급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단가 인하와 품질·공급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출혈 경쟁’ 가능성도 감지된다.


성장·변동, 그리고 과제: 가격경쟁에서 ‘프리미엄의 방어전’으로

업계는 HBM4 시장에서 당분간 단가 인하와 출혈 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고성능·고신뢰성·낮은 전력 소모 등 프리미엄 HBM의 가치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D램에서 익숙했던 ‘단가=경쟁력’ 공식이, HBM 시대에는 총체적 ‘기술력+공급 안정성+고객 대응력’으로 전환되는 추세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SK하이닉스가 선점 효과를 토대로 초격차를 추구하는 한편, 삼성의 대규모 투자·마이크론의 유연한 공급 정책이 격돌하는 구도다.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30%를 상회하는 AI 메모리 시장에서 각 사의 전략과 미래 투자가 앞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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