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소비되던 뮤지컬 실황 영화가 대중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무대 위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감정을 스크린에 오롯이 담아내며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고,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
스크린 실황 뮤지컬의 공고해진 위상은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 초 발표한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개봉한 공연 실황 영화는 43편으로, 2019년 17편에서 152%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관련 매출액 역시 약 264억원으로 2019년 장르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다 매출액을 기록했다.
물론 이 당시 ‘임영웅: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등 케이팝 가수들의 콘서트 공연 실황이 실적에 크게 기여했지만,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 ‘영웅: 라이브 인 시네마’ 등은 물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 라이브’를 통해 CGV에서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이솝이야기’ 등 뮤지컬 실황도 꾸준히 개봉하며 관객을 만났다.
특히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는 누적관객수 4만9275명을 기록하면서, 당시 개봉했던 역대 한국 뮤지컬 실황 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썼다. 이는 기존 공연 팬덤이 스크린으로 충실히 이동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관람객이라는 새로운 관객층까지 성공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가능성을 내다본 EMK뮤지컬컴퍼니는 오는 18일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를 개봉한다.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10년 전 EMK의 첫 번째 창작 뮤지컬이었던 ‘마타하리’를 시작으로 영상화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부정적 시선도 많았지만 팬데믹 시기 공연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영상화한 자료들이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 실황 영화가 하나의 새로운 장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공연 시장을 활발하게 할 수도 있고, 공연을 못 본 분들은 이걸 보고 공연을 보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프랑켄슈타인’처럼 N차 관람이 많은 공연은 극장에서 볼 수 없는 뷰를 제공하는 역할도 있어서 관객들이 작품을 더 깊게 즐길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실황 영상의 영토 확장은 극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협업은 더욱 견고하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는 ‘엘리자벳’ ‘팬텀’ ‘몬테크리스토’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마리 앙투아네트’ 등 EMK뮤지컬컴퍼니의 6대 뮤지컬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EMK뮤지컬컴퍼니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CJ ENM, 쇼노트 등 다른 주요 제작사들은 물론 국공립 단체들의 작품들도 넷플릭스, 웨이브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을 통해 뮤지컬 실황 영상을 공개하면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뮤지컬 팬층의 저변을 확대하는 기폭제로 삼아왔다.
뮤지컬 실황 영화의 성장은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공연 중계를 넘어, 영화적 연출과 편집 기술을 더해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개봉을 앞둔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의 경우에도 13대의 멀티캠 영상과 입체적인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시스템을 도입해 관객에게 무대 위 한가운데 있는 듯한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뮤지컬 영상화는 작품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잘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 하나가 새로운 공연 관람 문화를 형성하고, 전체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마니아들의 ‘숨겨진 보물’에 그치지 않고, 무대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해 뮤지컬이 더 매력적인 콘텐츠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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