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 가까이 하락한 중기대출…생산적 금융 바람타고 더?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9.18 07:21  수정 2025.09.18 07:21

은행권 경쟁 심화에 3년 만에 최저 수준

기업대출 확대 압박에 포트폴리오 재구성

정책 기조 따라 하반기 더 가속화할 수도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안내문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올 들어 계속 하락하며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더불어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금리 인하 경쟁이 가속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하반기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과 새로운 금융 수장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이 같은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공시 기준 중소기업 대출(보증서담보)금리는 평균 4.06%로 나타났다. 지난 5~7월 신규 취급된 대출을 기준으로 한 값이다.


지난 1월 공시 당시 4.8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0.82%포인트(p) 급락한 것으로, 지난 2022년 9월(4.02%)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중기 대출 중 신용대출 금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03%로, 같은 기간 동안 0.77%p 하락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공시 기준 평균 3.85%로 지난 2022년 10월(3.73%)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 1월 4.81%에서 약 1%p 급락한 수준이다.


이러한 금리 하락세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기업대출 경쟁 심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부터 한은은 물가와 경기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하면서,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금리 경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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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이 폭증하자 금융당국의 규제와 가계부채 총량 관리 정책이 강화됐고, 이에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특히 가계대출의 총량이 사실상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기업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총량 규제로 인해 성장에 한계가 있어, 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량 중소기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 할인 등 다양한 우대 혜택을 제공하면서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금리 하락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그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생산적 금융은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단순히 대출 총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실제 최근 새로 임명된 금융 수장 역시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은행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이억원 신임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생산적 금융을 비롯해 미래를 여는 '금융 대전환'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이러한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넘어서 경영 컨설팅 등 비금융적인 기업 지원 방안을 다각화하도록 압박받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은행들은 이에 발맞춰 기업대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정책적 압박과 은행 간 경쟁이 맞물리면서 하반기에는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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