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까, 살아남을까" 중견가전의 갈림길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9.19 06:00  수정 2025.09.19 13:10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 공세에 중견가전 업체들 위기

기술 혁신과 차별화된 서비스, 시장 다각화가 생존 열쇠

코웨이가 내놓은 아이콘 얼음정수기 맥스. 국내 카운터탑 얼음정수기 중에 최대 얼음량을 자랑한다.ⓒ코웨이

생활 밀착형 가전 시장이 분기점을 맞았다. 정수기, 음식물처리기, 선풍기, 밥솥 등 중견·전문 업체들이 오랜 기간 시장을 지탱해왔지만, 최근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의 집중적인 공세로 성장이 정체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생존’이 아니라 ‘재도약’을 위해 중견가전 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정수기 시장은 코웨이, SK매직, 청호나이스 3강 체제가 견고하다. 이들은 렌털 중심의 안정적 사업 모델을 구축해 꾸준한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정수기 공세에 직면하면서 긴장감이 다소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탄탄한 브랜드 파워와 폭넓은 유통망, 공격적인 마케팅은 중견기업의 점유율에 직접적인 압박이 됨과 동시에 최근 스마트홈으로 집안의 모든 가전을 연결하는 플랫폼 주도권에서 중견 가전이 불리한 탓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견업체들의 차별화된 기술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 혁신 없이는 주도권 유지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수기에 이어 음식물처리기는 최근 기업들의 ESG 경영과 새 환경 규제에 힘입어 급부상 중인 시장이다. 스마트카라, 위니아 등이 틈새시장 공략에 강점을 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삼성과 LG를 비롯한 대기업 진입이 임박하면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신일전자 음식물 처리기.ⓒ신일전자

선풍기 시장에서는 전통 강자인 신일전자, 한일전기 등이 여전히 견고한 입지를 유지한다. 하지만 다이슨과 발뮤다 등 혁신적 디자인과 첨단 기술 기반의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 중이다. 신일전자는 공기청정 기능을 접목한 서큘레이터 신제품 등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단순 계절가전을 넘어선 새로운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밥솥 시장은 쿠쿠와 쿠첸이 양강 구도를 이루지만, 1인 가구 증가 및 외식·배달 문화 확산으로 내수 수요는 둔화됐다. 삼성과 LG는 프리미엄 IH 밥솥으로 틈새공략에 나섰고, 쿠쿠는 중국·베트남권 시장을 겨냥한 제품 출시로 해외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필수 가전' 입지가 서서히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팽배하다.


2025년 기준 국내 소형 가전 시장은 약 2조 7000억원 규모로, 5년 내 5% 안팎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기업과 해외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신제품과 혁신 서비스를 내놓는 상황에서, 중견업체들은 기술 혁신과 서비스 고도화, 시장 다각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가전 기업들은 오래도록 국내 생활가전 산업을 지탱해온 주역지만, 지금은 변화하는 소비자 기대와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새로운 전략과 혁신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시기"라며 "무엇보다 ESG, 스마트홈 연계, 디자인 혁신 등에서 명확한 강점을 선보여야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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