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된 2차전지주…"내년 1분기 이후에나 주가 반등 전망"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5.09.19 05:16  수정 2025.09.19 05:16

9월 코스피 상승률 9%…'2차전지 지수' 겨우 2% 올라

다음 달부터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전면 폐지 악재…"수요 위축"

EU 배터리 규제 불확실성도 기업에 부담…세부 지침 법률 제정 '제자리'

"실적 전망 하향 조정 불가피…내년 상반기까지 주가 반등 늦춰질 듯"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삼성SDI 부스를 찾은 참관객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코스피가 9월 들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지만, 2차전지주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정부 규제로 인한 리튬 가격 급등,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기대감 등 단기 호재에도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전면 폐지 등 해외 시장에서 촉발된 각종 악재들이 주가 발목을 잡고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KRX 전기차 Top 15' 지수와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각각 0.86%, 2.07% 올랐다. 거래소 테마 지수 중 최저 상승률 1~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8.64%)을 감안하면 부진한 흐름이 확인된다.


개별 종목으로 살펴봐도 2차전지주 주가는 종종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대장주로 평가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들어 0.71%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삼성SDI 상승률도 0.97%에 불과했다. 그밖에 에코프로비엠(1.40%), 포스코퓨처엠(-1.20%) 등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실적 전망 악화에도 6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던 2차전지주는 이달 들어 본격화된 코스피 랠리에서 소외되는 분위기다. 미국발 인공지능(AI) 훈풍에 따라 투자심리가 반도체주에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찾은 참관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될 태양광 전기차 압테라를 살펴보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일각에선 종목별 순환매 장세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제기되지만 2차전지주에 대한 주목도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 관련 악재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주 주가가 리튬 가격 반등과 ESS 수주 기대감에 반등했지만 2026년 초까지 조정을 예상한다"며 "2026년 영업이익 눈높이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다음달 1일부터 본격화되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전면 폐지가 2차전지 업종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 통과에 따라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를 오는 9월 30일 종료키로 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선수요를 마지막으로 4분기부터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서 배터리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23년 7월 배터리 규정을 마련했지만 세부 지침과 관련한 법률 제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2월부터 단계적 시행이 예상됐던 전기차(EV) 배터리의 탄소발자국 보고 의무화는 회원국 간 이견으로 내년에야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세부 규정이 확정되지 않아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산출하고 보고해야 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금융에서 불확실성은 리스크로, 디스카운트 요인"이라고 말했다.


각종 불확실성으로 실적 전망에 대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주가 반등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이 본격 양산에 들어가고, 미국 로보택시 배치 가속화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늦춰질 전망이다.


주 연구원은 "실적 눈높이 조정이 마무리된 내년 1분기 이후 2차전지 주가 반등을 전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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