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독재" "그럼 윤석열 정권은"…여야, 대정부질문 마지막날도 충돌
이재명 정부의 첫 대정부질문 마지막날(교육·사회·문화 분야)인 18일 여야는 사법·언론개혁과 4년 연임제 개헌, 선출 권력 우위론 등을 두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여권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대법관 증원 등이 위헌적이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내란 잔당'으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첫 주자로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권력 서열론'을 정조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으로부터 2차적으로 권한을 다시 나눠 받은 것"이라며 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나경원 의원은 "선출된 권력이 가장 우위에 있다는 것은 중국식 모델하고 똑같다"며 "바로 선출 독재"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 대통령 발언의) 전체 맥락은 국민 주권이란 것을 강조하면서 나온 게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안에 대해선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사법권을 장악하는 것은 위헌정당 해산 요건에 해당한다"고 하자, 김민석 총리는 "지금이 독재 상황이라면 100일 전 윤석열 정권은 어떻게 규정해야 하느냐"고 맞섰다.
대법관 증원에 대해 나경원 의원이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면 22명을 임기 안에 임명하게 되는 거 맞느냐"며 "결국 '이재명 대법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자, 김민석 총리는 "대법관 증원의 문제는 본질이 누가 어느 시기에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의 내란 동조 의혹을 추궁했다.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청사 폐쇄 등 내란 세력에 적극 동조한 의혹이 있다"며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사혁신처의 당직 총사령실로부터 지자체까지 어떻게 훈령이 전달이 됐고 또 그게 집행이 되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제시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개헌이 추진되면 이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지만 부칙을 개정하고, 이전 대통령에 대한 단서조항을 두지 않는다면 연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민석 총리는 "통상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를 놓고서도 여야는 거세게 충돌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도무지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하드디스크 불법 파기 등으로 인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사람이 어떻게 이재명 정부의 방통위원장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훈기 의원은 김민석 총리에게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직권면직 사유가 차고 넘친다. 총리께서 대통령께 직권면직을 건의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정부가) 이진숙 위원장을 끌어내는 것으로 언론 장악을 완성하려 한다"며 이진숙 위원장에게 "언론 장악의 실태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방송 3법에 대해 "민노총에다가 중요한 방송사 경영권을 다 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대해선 "사실상 이진숙 축출법"이라며 "내가 만약에 민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따라서 물러났다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은 없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천하람 "민주당, 유튜버가 AI로 만든 음성 파일에 흥분해 음모론"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간의 '회동 음모설'을 주장하는데 근거로 제시된 '제보'가 AI(인공지능)로 만든 음성이라는 반박이 제기됐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국회의원들이 또 한 번 음모론 확성기 역할이나 하며 '청담동 첼리스트 시즌2'를 찍고 있다"며 "유튜버가 AI 목소리로 만든 음성 파일에 흥분해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음모론을 떠들어대며 사법부를 공격하는 꼴이 우스운 것을 넘어 기괴하다"고 질타했다.
이기인 개혁신당 사무총장도 같은날 페이스북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4인 식사'라는 주장을 제보한 '첩보원'의 출처와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해당 녹취록이 AI 재연·음성 변조·편집 등 인위적 가공을 거친 것임을 사전에 확인 또는 인지했는지, 이쯤 되면 민주당 스스로 밝혀야 한다"며 "생태탕부터 청담동 술자리까지 이어지는 자작 정치는 이젠 끝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인 4월 언젠가에 한덕수 전 총리, 정상명 전 총장 등과 오찬 회동을 하면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에 대해 말했다는 주장은 지난 5월 10일 한 여권 성향 유튜브에서 '제보'라면서 처음 공개했다.
재생된 음성 속의 인물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4월 4일 윤석열 탄핵 선고 끝나고, 4월 7일인가 4월 10일인가 15일인가, 조희대·정상명(전 검찰총장)·김충식(김건희 여사 모친의 측근)·한덕수(전 국무총리) 4명이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며 "그 자리에서 조희대가 '이재명 사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제보'라면서 오찬이 있었던 날짜조차 특정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달랑 네 명이 함께 한 오찬이라면 반드시 얘기는 넷 중에서 나와야 할텐데 누구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인지도 제보에 담기지 않았다.
가장 결정적으로 이 여권 성향 유튜브는 당시 방송에서 '해당 음성은 AI로 제작된 것으로 특정 인물이 실제 녹음한 것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제보자의 실제 녹취조차 아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방송 나흘 뒤인 지난 5월 14일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AI 제작 음성'을 그대로 틀면서 "제보를 받았는데, 윤석열 탄핵 이후 정상명·한덕수·김충식·조희대 4인이 회동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도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불러내, 동일한 '4인 회동설'에 대해 질문했다. 부 의원의 질문은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뤄져, 헌법 제45조의 면책특권이 적용된다.
▲법원 내부망에 "대법원장, 한덕수 만난적 없나"…행정처 "전혀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회동 의혹에 "논의한 바 전혀 없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 두 사람이 만난 사실이 아예 없는지 밝혀달라는 내부 문의가 나왔다. 이에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대법원장은 한덕수 전 총리를 만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이봉수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글을 올려 일부 표현이 모호하게 읽힌다면서 이같이 질의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날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봉수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논의 없음'만을 분명히 했을 뿐, 만난 사실 자체가 있었는지 여부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한덕수 전 총리를 제외한 인사들에 대하여만 대화·만남을 부인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일 이후부터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심이 선고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한덕수 전 총리를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댓글을 달아 "전날 입장문은 제가 대법원장님으로부터 입장을 직접 들은 후 문구를 정리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대법원장께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일 이후부터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이 선고되기 전까지 기간 동안 한 전 총리를 만난 적이 전혀 없음을 명확히 밝혀주셨다"고 했다.
이어 "제가 문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법원장께서 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는 점을 기재하는 것만으로도 당연히 의미 전달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표현을 정제하다보니 의미 전달의 부족함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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