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위한 선물?…대기업들, 불황에도 채용 주도한 배경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9.19 13:08  수정 2025.09.19 13:13

10대 그룹 7곳, 4만명 규모 청년 채용 계획 전격 발표

李대통령의 '고용난 해소 위한 기업 협력 당부'에 화답

주요 기업들, 역대 정권 초기마다 경제 정책 기조 뒷받침

"정책 기조 협조 신호이자 규제 완화 우회적 요구" 해석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 고용난 해소를 위해 기업들의 협력을 당부하자 삼성, SK그룹, 현대차그룹,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채용 계획을 내놓았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 고용난 해소를 위해 기업들의 협력을 당부하자 삼성, SK그룹, 현대차그룹,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채용 계획을 내놓았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충원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단순한 청년 일자리 창출 이상의 의미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그룹, 현대차그룹, LG, 포스코, 한화, HD현대까지 10대 그룹 중 7곳이 전날 올해 채용 규모만 4만명에 이르는 청년 채용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 지 이틀 만이다.


그룹별 채용 규모를 보면 삼성이 연간 1만2000명(5년간 6만명)으로 가장 크다. 삼성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요 부품 사업,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은 바이오 산업, 핵심 기술로 급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 등에 집중해서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올해 각각 8000명과 7200명을 뽑는다. LG는 3년간 약 1만명을 채용하는데, 이 중 30%는 경력직으로 충원한다. 포스코그룹은 5년간 1만5000명을, HD현대는 올해 1500명 채용을 시작으로 5년간 1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재계는 오는 10월 민관 함동 채용 박람회도 마련한다. 재계가 공동으로 대규모 채용 박람회를 여는 건 15년 만이다. 삼성, SK그룹, 현대차그룹, LG 등 11곳이 주축이 되고, 청년 인재 채용을 원하는 300여개 협력업체(온라인 포함)가 참여할 예정이다.


주요 기업들의 정권 초 채용 계획 발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 출범 초기마다 주요 기업들은 굵직한 채용 및 투자 청사진을 내놓으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뒷받침해왔다. 이는 정부와 협력 관계를 다지는 동시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에도 11개 기업이 5년간 1000조원 이상 투자와 30만명 이상 신규 고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기업들은 규제 개혁 추진을 기대하며 정부 기조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아주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화답할 때"라고 했다.


이번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발표된 대규모 채용 계획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친노동 정책 기조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고용 확대'라는 선물을 내놓으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완화하고 친기업적 정책을 펼쳐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시기에 맞춰 나오는 채용 발표는 정책 기조에 협조한다는 신호이자 규제 완화에 대한 우회적 요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업들의 채용 확대는 분명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그만큼 기업들도 정부가 규제보다는 지원에 방점을 찍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정부가 시장 친화적 신호를 얼마나 확실히 주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후속 투자와 고용 규모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