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맹점주 권익강화 종합대책
창업-운영-폐업 단계…불균형 시정
정보공개서 개편…가맹점주단체 등록제 도입
경쟁당국이 창업, 운영, 폐업 등 전단계에 걸쳐 가맹점주의 권익을 강화한다. 그간 가맹본부(가맹사업자)와 가맹점주 간 구조적 불균형으로 야기돼 온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점주의 권익이 보장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창업에 도움을 주는 정보 위주로 정보공개서를 개편하도록 하고, 가맹점주단체 등록제와 가맹점주단체 협의 의무제를 도입한다. 아울러 가맹점주의 계약 해지권을 보장하고, 중도 폐업 위약금 정보 제공 내실화, 묵시적 계약갱신 절차를 보완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이 같은 내용의 ‘가맹점주 권익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가맹점 증가하는데…불공정거래행위 경험 ‘54.9%’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구조적 불균형으로 가맹점주의 권익 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실태조사 조사 결과, 조사 대상 가맹점주의 과반 이상인 54.9%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불공정행위 유형을 살펴보면 매출액 등 정보를 부풀려 제공(20.5%)이 가장 많았고, 광고비 등 부당 전가(18.0%), 정보공개서 등 중요서면 미제공·지연제공(12.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로 인해 가맹 분야 분쟁조정 접수 건수 역시 2022년 691건에서 지난해 758건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창업은 늘고 있어 가맹점주 권익 저하가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소매판매액 지수를 보면 2022년 105.5, 2023년 104.1, 2024년 101.9였다.
자영업 과밀화로 폐점률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외식업 가맹점 폐점률에 따르면 2021년 12.6%, 2022년 14.5%, 2023년 14.9%로 꾸준히 늘고 있다.
또 가맹점 폐업·위약금 관련 분쟁조정 건수도 2022년 135건에서 지난해 208건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의 은퇴로 가맹점 창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가맹점 창업 과정에서 창업 정보 취득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고, 부실 브랜드의 가맹점 모집으로 안정적 창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보공개서·숙고기간 개편…안전 창업 도모
공정위는 창업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힘의 불균형, 정보비대칭을 시정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대책은 ▲창업 단계에서의 창업 안정성 보장 ▲운영 단계에서의 점주 협상력 제고 및 법집행 강화 ▲폐업(계약 갱신) 단계에서 한계 점주의 폐업 자율성 보장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창업 단계에서는 정보공개서 제도를 재편성한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창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로 정보공개서 내용을 개편하고, 이를 가맹점 생애주기순으로 배치도록 했다.
숙고기간도 개편한다. 가맹본부와 고용관계, 가맹본부의 임원과 특수관계가 없는 가맹거래사·변호사의 자문시에만 숙고기간을 단축한다. 가맹본부와 이해관계가 있는 전문가 자문의 경우에도 숙고기간이 단축돼 잠탈 우려를 막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정보공개서에 대한 심사 체계를 사전심사(정보공개서 등록제)에서 사후심사(정보공개서 공시제)로 바꿔 최신 정보가 제때 제공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정보공개서 신규 등록 시에만 부과되는 직영점 운영의무인 1+1 제도를 업종 변경 시까지 확대해 사업 노하우가 없는 가맹본부가 업종 변경을 통해 편법적으로 가맹사업을 개시하는 사례도 차단할 예정이다.
점주단체 등록제 도입…협의 요청권 거부 가맹본부 제재
운영단계에서는 가맹점주 협상력을 제고하고, 법 집행을 강화한다. 가맹점주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맹점주단체 등록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점주의 단체구성권과 단체협의 요청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가맹본부가 점주단체의 대표성 부족을 이유로 협의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점주들을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협의 거부를 경험한 대다수의 점주들이 거절사유 불명확(41.5%), 단체의 대표성 부족(31.0%) 등을 협의 거절 사유로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위는 점주 단체를 공정위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해 점주단체에 공적 대표성을 부여하는 ‘점주단체 등록제’를 도입한다. 등록은 점주단체 난립을 방지하고, 전체 점주를 대표할 수 있도록 점주 비율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단체에 한해 허용할 방침이다.
또 점주단체 협의 요청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협의에 응하지 않는 가맹본부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제재 근거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점주단체별 협의 요청 횟수 제한, 복수 점주단체와의 일괄 협의절차 마련 등이다.
다만, 가맹본부에게 과도한 협의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작용 방지 방안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다수 관련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며 공정위는 국회 입법과정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가맹본부의 불공정관행 근절을 위한 법집행도 강화한다. 가맹점주의 주요 애로를 유발하는 불필요한 품목 구입강제, 부당한 비용전가 등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제재하고, 지난해 도입된 필수품목 관련 제도개선 사항이 현장에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폐업 자율성 보장…가맹사업법상 해지권 명문화
공정위는 한계 점주의 폐업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가맹점을 폐업하는 단계에서는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한계 가맹점주의 폐업 자율성을 보장한다.
가맹점주가 과도한 위약금 없이 가맹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도록 가맹사업법상 계약해지권 명문화를 추진한다. 현행 상법은 가맹점주의 계약해지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규정이 모호해 실제 활용 가능성이 낮았다.
이에 공정위는 가맹사업법에 구체적 사유·절차 등을 포함한 계약해지권을 규정해 가맹점주가 불가피한 경우 과도한 위약금 부담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인 만큼 업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해지사유 등은 엄격히 제한할 예정이다.
계약 갱신하는 과정에서도 계약 갱신을 앞둔 가맹점주가 합리적으로 갱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와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우선, 묵시적 계약갱신 절차를 보완한다. 이에 따라 가맹점주의 의도에 반해 계약이 갱신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가맹본부로 하여금 점주에게 계약갱신 예정 사실을 통지할 의무를 부과한다.
이와 함께 가맹계약 체결 전부터 계약 중도 해지에 따른 위약금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위약금 관련 정보제공도 내실화한다.
아울러 계약 갱신을 앞둔 가맹점주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가맹점주의 본부에 대한 정보공개서 원본 열람 요구권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창업희망자는 가맹본부로부터 영업비밀 등 비공개 정보를 포함한 정보공개서 원본을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계약을 체결한 가맹점주는 온라인에 공개된 정보공개서 공개본(비공개 정보 제외)만 열람할 수 있다.
주병기 위원장은 “가맹점주는 본부보다 협상력이 약하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이를 시정하는 게 가맹점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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