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의 걸림돌이라는데…"RWA 규제 완화가 정답은 아냐" [은행카오스④]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9.26 07:09  수정 2025.09.26 07:09

주담대 RWA 상향·기업투자 RWA 하향에

실효성 의문…서민 대출 문턱만 높일 수도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내세워 금융권의 자금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에서 혁신기업·신성장 산업 지원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지만, 현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데일리안은 [은행카오스] 시리즈를 통해 생산적 금융의 개념과 정책 방향, 그리고 그 파장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의 자본 건전성 규제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자금의 물길을 바꾸기 어려우며, 오히려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서민의 대출 문턱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RWA 조정으로 31조원 기업투자 유도…현실은?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권 자본규제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를 현행 최저 15%에서 20%로 높이고 기업 주식 보유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400%에서 250%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책 목적 펀드 투자에는 '100% 특례' 기준도 마련했다.


위험가중치는 부도 위험이 큰 자산일수록 높은 가중치를 부과해 은행에 자본 확충을 하도록 한다. 이를 자산에 반영한 RWA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은행의 핵심 자본 건전성 지표다.


주담대 위험가중치의 최저한도가 기존 15%에서 20%로 높아지면 금융지주사들은 CET1이 낮아지게 된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수치다. 주담대 RWA가 오르면 CET1 비율이 하락해 은행의 대출 여력은 줄고 자본 부담은 커진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정을 통해 국내 은행의 연간 신규 주담대 여력이 약 27조원 감소하는 대신, 기업 투자 여력은 약 31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주담대 취급을 줄여 시장 과열을 억제하고, 그 여력을 기업으로 돌리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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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권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미 각종 규제로 주담대가 감소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RWA 상향 조정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힌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앞서 발표됐던 여러 대출 규제 등으로 주담대가 사실상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규제로 체감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여신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문제다. 위험가중치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담대보다 4배 이상 부담을 지닌다.


여기에 벤처기업 투자 적격성 심사 등 리스크 관리 부담까지 고려하면 은행이 선뜻 기업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시장 왜곡·서민 부담 가중" 우려의 목소리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실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1차 회의'에 참석해 생산적 금융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전문가들은 위험가중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정책이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담보가 확실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담대에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인위적으로 공급을 조절하는 것은 은행 영업의 기본 원칙을 해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애꿎은 서민들의 발목만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이 상향되면서 신규 대출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을 더 나은 조건으로 갈아타려는 대환대출의 문턱마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은행들은 높아진 RWA 부담 때문에 대출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가오는 바젤Ⅲ…정책 효과 상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바젤Ⅲ 규제도 생산적 금융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젤Ⅲ가 도입되면 그간 유예됐던 RWA 최저한도가 현재 60%에서 65%로 5%포인트 오른다. 오는 2028년에는 최종 목표치인 72.5%에 도달한다.


이는 은행의 자본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대출 여력을 예상보다 크게 늘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RWA 최저한도 상향을 추가로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주식 보유 위험가중치가 낮아졌다고 해서 그만큼 추가 출자 여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며 "은행 내부 목표치도 있고 이미 기업 대출을 많이 늘린 상황이라 RWA 변동만으로 공격적인 증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주식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250%로 만들면 기업대출 여력이 늘어나는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정부 펀드 등 추가 출혈이 예정돼 있어 실제 투자 여력을 얼마나 늘릴지는 다른 얘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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