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아니었어?"…뉴욕 '힙플레이스'에 선 제네시스 하우스[르포]

데일리안 뉴욕(미국) =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9.26 06:00  수정 2025.09.26 06:34

단순한 전시장 넘어 한국적 미학과 기술력을 담은 복합 문화 공간

전통 다도와 레스토랑 등 K-문화 체험으로 관람객 호평

지하 '셀러 스테이지', 신차 공개와 미디어 아트 공연장 역할 수행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전경.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뉴욕 맨해튼 서쪽 끝, 허드슨 강을 따라 이어진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한때 정육 공장과 창고, 갱들의 구역으로 불렸던 이곳에는 최악의 해양 참사 타이타닉호의 생존자들이 도착했던 '피어 54'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과거의 상처를 딛고 미슐랭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과 명품 매장, 갤러리, 그리고 휘트니 미술관까지 들어서며 가장 '힙한' 문화 예술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더 하이라인과 리틀 아일랜드 같은 새로운 명소들이 더해지면서 이곳은 뉴욕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트렌드의 현장이 됐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2021년 11월 문을 연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은 바로 이 변화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자동차 전시장이면서도 단순한 쇼룸을 넘어선 복합 문화 공간, 한국적 미학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지향한다. 이곳은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십이 아니라, 제네시스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을 딜러십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지난 10일(현지시간) 직접 방문한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은 브랜드 철학을 공간으로 풀어낸 무대였다. 1층 전시장에는 차량이 놓여 있었지만 그 배치와 조명은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은 지하 1층을 포함해 3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제네시스의 상징 색상인 카퍼(구리)였다. 직원의 유니폼과 안내 데스크, 엘리베이터까지 곳곳에 스며든 카퍼 톤은 공간 전체에 따뜻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인피니티 미러.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또한, 차량들 사이에 설치된 벽면은 조명들이 거울에 반사되며 마치 무한한 깊이로 이어지는 빛의 통로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깊지 않은 공간이 끝없이 확장되는 듯한 시각적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큐레이터는 "실제보다 깊어 보이는 인피니티 미러로, 제네시스의 무한한 가능성과 기술력을 상징한다"고 했다.


벽 한쪽에는 9만1000개 이상의 금속 디스크가 촘촘히 박힌 거대한 플립 도트(Flip-dot)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작은 도트들이 움직일 때마다 '차르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순간순간 제네시스 패턴과 로고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살아 있는 예술 작품처럼 연출하는 장치였다.


9만1000개 이상의 금속 디스크가 박힌 거대한 플립 도트.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관람객의 반응은 자동차보다 '공간'에 집중돼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한 한 관람객은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로봇쇼를 봤었다"며 "차를 보러 왔지만 디자인과 공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전시 공간에는 G90, GV80 쿠페 등 제네시스의 주력 모델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GV80 쿠페는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큰 차를 좋아하는데, GV80 쿠페는 GV70보다 넓고 고급스러워 캠핑이나 가족 활동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큐레이터는 부연했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레스토랑.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제네시스 하우스는 한국 문화의 정수를 체험하는 공간으로도 기능했다. 계단을 오르자 2층은 '한국적 일상의 향유'를 테마로 한 2층에는 '티 파빌리온', '라이브러리', '제네시스 하우스 레스토랑'이 마련돼 있었다. 전통 서재를 연상케 하는 티 파빌리온에서는 한국식 다도가 펼쳐졌다.


메뉴판에는 미국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막걸리, 청주 같은 전통주, 약과와 같은 전통 디저트, 현대적 조리법을 접목한 코스 요리가 포함돼 있었다.


큐레이터는 "제네시스는 자동차 회사지만 우리집을 찾은 손님을 정성스럽게 환대하겠다는 '손님 정신'의 일환으로 한국 전통 레스토랑과 전통차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며 "상당히 고급스러워서 가격이 높은 편인데도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반년 이상 예약이 밀렸던 때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 셀러 스테이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지하 1층으로 계단을 내려가자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졌다. 지하 1층 '셀러 스테이지(Cellar Stage)'는 단순한 쇼룸이 아니라 공연장 같은 무대였다. 사방을 감싸는 LED 스크린과 조명, 음향 장치가 갖춰져 있어 하나의 미디어 아트 공연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곳에서는 신차 공개 행사나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아티스트와의 협업 전시나 공연까지 열린다고 했다. 실제로 한때는 로봇이 차량 옆을 걸으며 소개를 돕는 퍼포먼스가 펼쳐져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고 큐레이터는 말했다. 전시장은 무료로 개방되며 여름 시즌에는 하루 3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르포'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