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어 EU도 車 관세 15% 반영
韓 여전히 25% 관세 부과… 합의 아직
현대차·기아 美 경쟁서 불리… 손실 커져
캠리보다 비싼 쏘나타, 벤츠보다 비싼 제네시스
미국이 일본에 이어 EU(유럽연합)의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춰 적용하는 데 합의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애가 타들어가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 역시 지난 7월 말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투자방식 등에 이견을 보이면서 여전히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서다.
25% 관세 적용이 지속됨에 따라 경쟁 업체들이 피해를 줄이는 반면, 현대차·기아 등 우리 업체들은 눈덩이처럼 손실액이 불어날 전망이다. 관세 인하 시점이 계속 지연될 경우 그간 미국에서 쌓은 우리 업체들의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1일 EU와 체결한 '프레임워크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자동차와 부품의 관세율을 15%로 낮춰 적용한다고 지난 24일(현지시간) 밝혔다. 해당 관세율은 지난 8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되며 이에 따라 이후 15%를 초과해 관세를 낸 기업들은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일본에 이어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낮추게 됐다. 미국은 앞서 지난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15%의 관세율을 적용하기 시작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5%로 자동차 관세 협상을 마쳤던 국가 중 25% 관세를 적용받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해졌다. 한국은 지난 7월 31일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했지만, 후속 세부 협상에서 양국간 의견 차이로 여전히 합의된 관세율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주요 경쟁사가 포진한 일본, EU와 10%p의 관세 격차가 벌어지면서 우리 업체들에도 압박이 커졌다. 미국 내에서 경쟁사 대비 소폭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10%p 높은 관세를 부담하면 수익성이 되려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구조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일본 업체인 토요타, 혼다 등과 미국에서 경쟁 중이고,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우 유럽 브랜드인 벤츠, BMW, 아우디, 볼보 등의 점유율을 뺏어야하는 상황이다.
현대차 쏘나타는 미국 판매 가격이 2만8145달러로, 경쟁 모델인 토요타 캠리(2만9895달러) 보다 1750달러 저렴하다. 하지만 캠리에 15%의 관세를, 쏘나타에 25% 관세를 각각 반영하면 쏘나타가 800달러 가량 더 비싸진다. 벤츠 E클래스보다 5000달러 가량 저렴한 제네시스 G80 역시 관세를 적용하면 가격이 더 높아진다.
시장 점유율을 지켜야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실제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 시장 가격과 관련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관세가 있다고 해서 당연히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건 고려하지 않는다. 경쟁사를 보고 따라하진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모델, 새로운 기능 등에 따라 새로운 가격 전략을 도입할 수도 있고, 가격 인센티브를 유연하게 가져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관세 15%를 적용받을 수 있는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우리 업체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대미 관세로 줄어든 영업이익이 지난 2분기에만 1조6000억원이 넘는다. 2분기의 겨우 미리 쌓아둔 물량으로 절반 수준의 타격을 입었던 것을 감안하면, 3분기는 더 큰 비용을 부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15% 관세가 언젠가 적용되면 8월 1일 이후 부담했던 관세는 환급 받겠지만, 시점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당장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석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가격을 올리거나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이 빠른 시간내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은 피해를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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