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④ 李대통령 발언권 차단에도…김진태의 아성 '강원도' 흔들림 없나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10.07 00:05  수정 2025.10.07 00:25

특별자치도 성공 출범시킨 金 재선 도전에

李대통령, 강원서 "제일 힘센 사람 됐다"며

현역 김진태 발언 차단…지선 힘싣기 관측

국민의힘 "정치차별, 관건선거 논란 자초"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달 16일 오후 강원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제42회 강원특별자치도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출범시키고, 김진태 지사가 키워온 '김진태의 아성' 강원특별자치도 포위·공성에 돌입한 집권 세력의 시도는 성공할 것인가. 내년 6·3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강원도는 3년 전 지방선거에서 11년만에 '정권교체'가 됐다. 2022년 6·1 지방선거를 통해 '최문순 도정' 11년을 끝장내고, 김진태 지사가 도정을 인수한 것이다. 김 지사는 올해까지 3년 동안 △강원특별자치도 성공적 출범 △강원특별자치도법 후속 완비 △제조업 부흥 초석 놓기 △국제대회 성공 개최 △재정혁신 달성·혈세낭비 차단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2곳을 석권하는 기록적 승리를 거뒀던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시·도에서 '현역 단체장 재공천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강원특별자치도는 흔들림 없는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히 '김진태의 아성'인 것이다.


김 지사의 임기 중 최대 성과로는 강원도를 강원특별자치도로 거듭나게 한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출범, 그리고 강원특별자치도법의 성공적 마련이 꼽힌다.


김 지사가 취임했을 때 강원특별자치도법 제정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해 있었지만, 법의 내용은 달랑 21개 조문에 불과했다. 단지 강원도의 이름을 강원특별자치도로 간판만 바꿔다는 수준에 불과했다. '무엇을' '어떻게' 특별자치한다는 것인지 내용 자체가 없었다. 제주특별자치도법과 비교해도 '강원도 푸대접'이 너무 심했다.


이에 김 지사는 국회로 쳐들어가 천막투쟁을 불사하며 여야 정치권을 압박했다. 그 결과 강원특별자치도 정식 출범을 목전에 두고 강원도를 옥죄었던 4중 규제, 군사·농업·환경·산림 규제와 관련한 권한 상당 부분을 이양받는 강원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타임어택'에 가까웠던 속도전 여건에서, 이를 끝내 이뤄내고야 만 것은 오롯이 김 지사의 정치력과 추진력, 승부사적 기질 덕분이라는 평이다.


'4중 규제'와 관련한 권한을 이양받음으로써 강원특별자치도는 제조업 융성의 초석을 놓을 수 있게 됐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는 강원도는 '전국민의 쉼터'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으나, 그렇다고 '너희는 관광지나 해라'라는 말은 150만 도민에게 모욕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관광산업에 대한 지나친 치중은 자칫 중국자본에 도가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독자적인 경제적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제조업 융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김 지사는 3년 임기 내내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씨앗을 뿌려왔고, 추후 큰 결실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국제대회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의 대성공이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직전해 전북 새만금 잼버리가 참사에 가까운 실패로 끝나면서 국격 훼손 논란까지 일으킨 마당에, 직후에 우리나라가 개최하는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에는 전국민의 우려 섞인 시선이 쏠려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지사는 손수 새벽부터 현장 강행군을 벌이며, 직접 대회 상황을 꼼꼼히 챙겼다. 덕분에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은 우리나라 국제대회 유치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모범 사례로 남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재정혁신은 김진태 지사가 가장 공을 들여온 대목이다. 김 지사는 당선인 신분일 때부터 "도민의 혈세가 여기저기로 줄줄 새는 것을 막겠다"고 공언했었다. 이를 위해 김 지사는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정이 방만하게 운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채무비율과 재정수지를 관리하는 재정준칙은 중앙정부조차 아직 도입하지 못하고 있으나, 강원특별자치도가 선도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와 재정자립도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도민의 혈세는 도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종잣돈이기에 평창평화포럼 폐지,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보조금 삭감 등으로 특정 세력에게만 혈세가 쓰이는 일이 없도록 바로잡았다. 최문순 도정에서 수 년간 수십억 원이 흘러나가던 통로가 차단됐다. 이는 '공정'에 큰 가치를 두는 2030 세대의 큰 환호를 받았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강원 춘천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열린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뉴시스

다만 김진태 지사의 재선 도전 행로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도에 역대 최대 예산 지원을 강조하며 일찌감치 강원 표심 사로잡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강원도를 방문해 현역 김진태 지사의 발언권을 가로막으며 사실상 기선제압에 나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인천·강원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강원특별자치도는 진짜 성장이 필요하다. 내년 강원도 예산에는 국비가 10조원 이상 반영돼 도정 사상 최초라고 들었다"며 "미래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대하고 강원 교통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강원도는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지난 70년 동안 큰 희생을 감내했다. 강원도의 K문화관광벨트 육성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고, 민주당 소속 한병도 국회 예결위원장은 "강원특별자치도 또한 영동과 영서 지역, 접경지역에 빠짐없이 두루 예산을 챙기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힘을 싣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강원도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게 내가 정치·사회 운동을 시작하며 정한 원칙"이라며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 됐으니 (보상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접경지인) 강원도 북부, 경기 북부지역이 평화가 정착되면 혜택을 제일 많이 보는 지역인데 희한하게 정치적 선택은 적대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김 지사의 발언권을 가로막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발언권을 요청하며 손을 든 김 지사를 향해 "지사님은 좀 참으시죠? 도민들 얘기 듣는 시간인데"라고 했다. 이후 김 지사가 재차 발언권을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단호하게 거절한 뒤 "필요한 말씀이 있으면 대통령실로 따로 문서를 보내달라. 내가 한번 보겠다"고 냉대했다.


강원도에서 이 대통령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강원 철원 출신의 우상호 정무수석은 여권의 차기 강원지사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동해안 철도 삼척~강릉 고속철도 구간 고속화에 대해 "우 수석이 '그거 1번으로 해야한다'고 했다"고 하자, 웃으며 "우 수석 보고 (발표)하라고 할 것을 그랬다. 그분이 강원도라서 그런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이후 김 지사는 강원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대통령께서 강릉 가뭄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타운홀미팅을 해주신 것에 대해 도지사로서 고맙다는 말씀 드리려 했고, 삼척도서관, 양구 두타연 등 지역 실정 말씀드리려고 했다"며 "지역 실정에 대해 말씀드리려 한 건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관건선거'이자 '정치차별'이라고 반발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은 여당 당협위원장에게는 발언권을 주면서도 야당 소속 김진태 지사의 발언은 매몰차게 끊는 행태를 보였다. 노골적인 정치 차별"이라며 "야당 단체장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발언기회까지 차단하는 것은 관권선거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야당 소속 지자체장에 대한 '발언 통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부산 타운홀미팅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마이크조차 잡지 못했다"며 "한 참석자가 질문 후 답변자로 박 시장을 지목했지만, 이 대통령은 '나중에 따로 한번 시간을 내서, 집단 면담을 하며 의논해달라고'고 말을 끊어 박 시장은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강원도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김 지사의 발언을 가로막고 일방적으로 회의를 주재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며 지자체장은 지역의 목소리를 대표하기에 대통령은 경청해야 마땅하다. 이 대통령은 도지사의 의견 제시마저 봉쇄하는 '마이웨이식 국정운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0

2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