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군 고위 장성 800명 앞에서 “핵 역량 업그레이드 하겠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0.01 06:47  수정 2025.10.01 07:07

‘정치적 올바름’ 대신 ‘능력주의’ 강조…"싸우고 이기는 기계돼야"

헤그세스 "軍 목표는 전쟁 준비"…DEI 폐기·신체검사 기준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위치한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의 핵무기 역량 강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종전협상에서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핵무기를 재건했다. 우리는 그것을 더욱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그러나 절대 사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년 동안 군을 지금보다 더 강하고, 더 거칠고, 더 빠르고, 더 무섭고, 더 강력하게 만들겠다”며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지배적인 군대로서 수십 년, 수세대 동안 미국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세계 주요 전투사령부에서 복무 중인 약 800명의 미군 장성·제독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소집된 가운데 진행됐다. 오전 8시부터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1시간 10여분, 헤그세스 장관 45분 등 세계 최강 미군을 이끄는 두 사람이 2시간 가까이 현역 군 장성을 상대로 생중계 연설을 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에 핵잠수함을 보낸 일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최근 우리(미국)를 위협하자 인류가 만든 가장 치명적 무기인 핵잠수함을 보냈다”며 “우리는 잠수함 분야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25년 앞서 있다. 러시아가 잠수함 분야 2위, 중국이 3위”라고 언급했다. 또 “그들은 추격 중이며, 핵 분야에서도 따라오고 있어 5년 내 동등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옛 소련의 핵 공격 체계인 ‘데드 핸드’(dead hand)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러시아의 핵 위협에 맞서 핵잠수함 두 대를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 조치를 의미한 것으로 읽힌다.


해군력 재건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내년에 해군 함정을 최소 19척 확충할 것”이라며 “잠수함·구축함 등이며, 앞으론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실 우리는 이제 거의 배를 만들지 않는다. 잠수함은 만들지만 배는 만들지 않는다”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핵전력을 언급하며 러시아를 거론한 것은 우크라이나전 종전협상에 미온적인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그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나는 그가 빨리 (전쟁을) 끝낼 줄 알았다. 일주일 만에 끝낼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좌파 이념’ 대신 ‘능력주의’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이 능력에 기반한다. 정치적 이유로 누군가가 여러분의 자리를 차지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구조는 능력주의 대신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설계됐었다. 그런 식이면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현지시간) 세계 각지에서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위치하고 있는 해병 기지에 집결한 미군 주요 지휘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어 “우리는 체력, 능력, 인격, 강인함에 초점을 다시 맞추고 있다. 미국 군대의 목적은 누구의 감정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매우 사랑하는 공화국을 지키는 것”이라며 “미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있어 우리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싸우고 이기는 기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국경 통제 등 일반적인 연설에서 자주 언급하는 내용도 반복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자동서명기 사용이나 노벨 평화상에 대한 불평, 관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며 “청중이 군 내 최고 지도부인 것만 제외하면 전형적인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그에 앞서 연설한 헤그세스 장관은 “국방부는 더 이상 ‘방어’(Defense)가 아닌 ‘전쟁’(War) 부서”라며 전면적인 군 개혁 의지를 밝혔다. 그는 “어리석고 무모한 정치 리더들이 나침반 방향을 잘못 잡아 우리는 길을 잃었고 ‘워크(Woke)부’가 됐지만 더는 아니다”며 ‘전사 정신’을 강조했다. 깨어있다는 뜻의 ‘워크’는 트럼프 행정부가 진보 진영의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힐난할 때 쓰는 표현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한 뒤 “‘국방부’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 이 순간부터 새로 복원된 ‘전쟁부’의 유일한 임무는 전쟁 수행과 전쟁 준비, 승리하기 위한 준비뿐”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명칭을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바꾸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위치한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더 이상 정체성 정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사무실, ‘드레스를 입은 남자들’(트랜스젠더), 기후변화 숭배 같은 쓰레기는 없다. 공통 상식과 전사 정신을 되찾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매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방어가 아닌 전쟁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모든 병력에 대한 체력과 전투 기준 강화를 지시했다. 전투병과 기준을 과거 남성 최고 수준으로 환원하고, 전 장병에게 연 2회 체력검정 및 체중·체격 측정을 의무화하며, 전투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의 현장 체력검정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살찐 장군과 제독, 그리고 전투부대에서 뚱뚱한 병사들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전투병과에는 타협 없는 기준만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 아들도 다른 부모의 자녀와 다르지 않다. 내가 내 아들을 맡기고 싶은 부대가 곧 미군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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