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상반기 당기순이익 68.9% 서울서 발생
지방 저축은행, 지역 내 대출 의무비율 규제에 발목
업계 "일부 저축은행 40% 규제에 대출 못 늘리는 상황"
전문가 "취지 공감하지만…경제 환경 반영해 조정 필요"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이 2년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이익이 서울권에 쏠리며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됐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업계가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익 대부분이 서울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저축은행들은 지역경제 침체 속에서 법으로 정해진 '지역내 의무대출 비율'을 맞추기조차 버거운 상황에 놓여있다.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59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958억원의 순손실에서 벗어나며 업권 전체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부분 수익은 서울에 본점을 둔 저축은행에 집중됐다. 전체 순이익의 68.9%(1785억원)가 서울권 23개 저축은행에서 발생했고, 지방권의 수익성은 뚜렷하게 둔화됐다.
경기·인천권 19개 저축은행이 425억원(16.4%)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15% 남짓의 순이익만 발생했다.
이 같은 양극화 배경에는 지역 내 대출 의무비율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방 저축은행은 해당 지역의 개인과 중소기업에 전체 대출의 40% 이상을 공급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규제지만, 인구 감소와 산업기반 약화로 실제 대출 수요가 줄어든 지방에서는 이를 충족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지방 저축은행은 타 지역 여신을 줄이거나 영업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등 '비율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수년째 지역 의무대출 비율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건의가 다시 제기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과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주요 저축은행 CEO 11명이 참석해 지방권 저축은행의 경쟁력 약화와 제도 개선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을 반영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위축과 인구 감소로 지역경제가 빠르게 쇠퇴하는 상황에서 40% 규제가 오히려 지방 저축은행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여신비율 완화 논의가 최근 금융위 '지방우대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언급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의무비율을 30%로 낮추거나, 지방대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만 거론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금융기관이 아무에게나 돈을 빌려줄 순 없다. 결국 대출해줄 만한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도가 떨어지는 게 문제"라며 "일부 저축은행은 40% 규제 때문에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대출을 내주고 싶어도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방 저축은행이 서민금융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선 지역 내 의무여신비율 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지방 저축은행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경제 기여를 위해 현실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의무여신비율 40% 규정은 지방 금융의 서민 대출 역할을 유지하는 취지이지만, 현실 경제 환경과 지방은행의 경영 상황을 반영해 조정이 필요하다"며 "의무여신비율 인하는 지방 저축은행의 경영 부담 완화와 대출 확대에 긍정적이며, 당국의 제도 개선 방향과도 부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 저축은행이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으로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업계가 함께 현실적인 규제 개선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 규제 완화뿐 아니라 정책서민금융 인센티브 확대, 영업 인프라 개선, 맞춤형 금융서비스 등 종합적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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