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동결 자금 230조원 활용해 우크라 방어·재건 지원 추진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0.01 20:45  수정 2025.10.01 20:46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두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3일 덴마크 오르후스의 마르셀리스보르성에서 열린 덴마크의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 출범 행사에 참석해 메테 프레데릭센(오른쪽 두 번째) 덴마크 총리 등 유럽 정상들과 회담하고 있다. ⓒ AP/뉴시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방어와 재건을 위해 유럽에서 동결된 최대 1400억 유로(약 231조원)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7개월을 넘기는 장기화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곳간이 텅텅 빈 유럽의 '고육지계'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상들은 1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배상금 대출’(Reparations loan) 방안을 공식 논의할 계획이다. 배상금 대출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회원국 금융기관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이다.


EU 회원국에는 2100억 유로의 러시아 자산이 동결돼 있다. 특히 1850억 유로 규모의 증권이 벨기에 브뤼셀에 본사를 둔 중앙예탁기관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다. 이 증권은 내년까지 전액 만기를 맞아 현금화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국제 예탁기관에 예치된 증권이 만기되면 현금으로 상환되지만, 러시아 자산은 EU 제재로 동결돼 인출이 불가능하다. 유로클리어에 현금으로 쌓이는 것이다.


집행위는 이 가운데 최대 1400억 유로를 유로클리어로부터 빌려 우크라이나에 다시 대출한다는 구상이다. 대출금은 2027년까지 분할 지급되며, 우크라이나는 종전 후 러시아로부터 전쟁 배상금을 받는 경우에만 이를 갚을 의무를 진다. 집행위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배상금을 지불해야만 자산 동결을 풀고, 러시아에 원금을 돌려줄 방침이다.


EU는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에 1730억 유로를 쏟아부었다. 2027년 말까지 공동예산에서 끌어쓸 수 있는 예비비도 이미 다 써버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항전을 계속 하려면 2027년까지 1300억 유로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터는 “(배상금 대출은) 미국의 군사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키이우(우크라이나 정부)의 전쟁 수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돈이 다급한 EU도 러시아 자산을 함부로 ‘몰수’해 우크라이나에 주기는 어렵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국제법상 불법적 몰수라며 국제사법재판소 등에 EU나 금융기관을 제소할 수 있는 데다 정치적 이유로 다른 나라 자산을 몰수하면 유럽 금융 시스템의 신뢰도가 훼손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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