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대체제로 눈길 끈 PLA
60℃ 이상 고온에서 6개월 지나야 분해
재활용 안 되고 생산 과정도 온실가스
“대체제 개발보다 ‘재활용’ 고민해야”
플라스틱은 가볍다. 값싸다. 내구성이 우수하다. 뛰어난 가공성까지 갖고 있다. 어떤 모양이든 쉽게 만들 수 있고, 색상도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로 산업계에서는 플라스틱을 최고의 소재로 꼽는다. 한때 ‘꿈의 물질’이라 불린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플라스틱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여전히 현대 경제사회에서 널리 쓰이는 소재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다만 페트(pet)병 하나가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 걸릴 정도로 ‘강력한’ 물질이다 보니 오히려 환경에 치명적인 재료로 악명이 높다.
최근 들어 플라스틱 대체 재료로 높은 관심을 끄는 게 생분해성 플라스틱(PLA)이다. PLA는 ‘바이오 플라스틱’으로도 불리며 옥수수 등 식물체 유래 물질을 함유한 천연물계 플라스틱이나 석유 유래 원료 중합합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석유계 플라스틱이다.
자연환경에서 미생물에 의해 이산화탄소, 물, 생물 유기자원과 같은 천연 부산물로 최종적으로 분해되는 소재라서 일반 플라스틱 대체제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PLA가 생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개월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과 비교된다.
문제는 PLA가 빠른 시간 생분해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PLA가 분해되기 위해서는 60℃ 고온에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수한 조건과 시설을 갖춘 곳에서만 분해 가능하다는 의미다. 소비자가 바다나 산, 강 등에 버리면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와 차이가 없다.
영국 플리머스대 해양학자인 이모젠 내퍼(Imogen Napper) 박사는 생분해 플라스틱 봉지가 자연환경에서 얼마나 잘 분해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한 적 있다.
내퍼 박사는 PLA를 흙에 묻어둔 경우, 바다에 버려진 경우, 공기 중에 노출한 경우 등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해 추적했다. 그 결과 생분해 플라스틱 봉지는 3년이 지나도 토양이나 해양에서 썩지 않았다. 공기 중에 방치된 제품은 쇼핑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멀쩡했다.
유엔환경계획의 과학자 제니퍼 맥글래이드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50℃ 이상에서 분해되는데 해양에 버려진 생분해 플라스틱 대부분은 이보다 낮은 온도의 심해를 떠돌며 분해되지 않고 일반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라고 말했다.
PLA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도 논란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등장하면서 주원료가 되는 옥수수, 사탕수수에 대한 수요도 늘었는데 작물 재배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대만 환경보호청, 생분해 플라스틱 식기류 사용 금지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화석연료를 원료로 한 일반 플라스틱 7종류와 생분해 플라스틱 등 바이오플라스틱 4개의 생애 주기를 추적한 결과 “생분해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해당 연구팀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독성이 높은 비료와 살충제가 사용되고 생분해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첨가되는 화학 물질이 또 다른 오염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PLA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미생물을 이용해 퇴비화하는 정도의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국의 플라스틱 규제 정책 우선순위는 플라스틱 사용 절감과 재활용, 재사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생분해 플라스틱으로의 대체는 그다음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23년 대만 환경보호청은 생분해 플라스틱 기반 식기류 사용을 금지했다. 공공기관과 공립 및 사립학교, 백화점, 쇼핑센터,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레스토랑에서 PLA로 만든 컵, 그릇, 접시, 도시락 등 일회용 식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영국 환경단체 그린 얼라이언스 또한 “대부분의 소비자가 생분해 플라스틱이 친환경적이라고 믿고 있지만, 이 물질은 기대만큼 잘 분해되지 않는다”면서 “재료의 환경적 영향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면 일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최악의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의 ‘분해’에 중점을 둘 게 아니라 ‘재사용’을 기반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려면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린피스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해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며, 안전하고 환경 친환경적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쓰레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친환경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종이 빨대는 괜찮은 줄 알았더니…“거북아 미안해” [반전 친환경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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