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4535억 투입…KB·신한도 수백억 '총력'
65세 이상 1051만 시대…요양 수요 폭증 '베팅'
보험 넘어 실물 서비스로…'통합 케어' 전환 가속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요양·실버타운 등 시니어케어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차세대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30일 요양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에 총 4535억원 규모의 출자를 결정했다.
삼성노블라이프가 발행한 보통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310억원을 유상증자했으며, 약 4225억원 규모의 현물출자도 별도로 추진한다. 현물출자 대상은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보유하던 노블카운티 부지와 건물로, 이를 노블라이프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번 현금·현물 출자는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의결된 사안으로, 노블라이프의 자본금은 총 4635억원으로 확대된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8월 100억원을 출자해 지분 100% 자회사인 노블라이프를 설립한 바 있으며, 노블카운티 인수와 요양사업 준비 작업은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이번 조치가 자회사의 안정적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시니어케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생명에 국한되지 않는다. KB라이프생명은 올해 요양 전문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에 500억원을 투입해 데이케어센터 확충과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신한라이프도 전담 법인 신한라이프케어를 설립하고 최근 250억원가량을 증자했다.
하나생명과 우리금융 계열 생보사들 역시 요양·헬스케어 분야 진출을 공식화하며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상 국내 주요 금융그룹 계열 생보사들이 일제히 시니어케어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삼고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보험업계가 시니어 시장으로 방향을 트는 배경에는 인구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5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고령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도, 비중이 20%를 웃돈 것도 처음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900만명대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또 단순히 고령 인구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평균 수명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 기준 65세 고령자의 기대여명은 21.5년으로, 평균적으로 86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추정됐다. 인구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은 요양·돌봄 수요 확대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니어케어 사업은 △입소형 요양시설 △프리미엄 실버타운 △재가형 데이케어·방문요양 △ICT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등으로 세분된다. 보험사들은 이를 기존 보험상품과 연계해 고객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통합 케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예컨대 치매보험 가입자에게 자사 요양시설 우선 이용 혜택을 제공하거나, 헬스케어 앱을 통해 수집한 건강 데이터를 상품 개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생보사들이 단순한 금융 판매를 넘어 직접 요양·돌봄 서비스 공급자로 나서면서, 업계 전반의 사업모델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금융그룹들이 동시에 시니어케어 시장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단순히 보험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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