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관객 수 3위에도 매출액 1위…특수관에서 갈린 성적표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0.05 10:25  수정 2025.10.05 10:25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올해 국내 개봉작 가운데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고토게 코요하루 작가가 2016년 발표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2019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뒤 2020년에는 첫 극장판 '무한열차편'이 공개돼 일본에서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인 약 404억 엔의 수익을 올리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222만 명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무한성편'은 시리즈 두 번째 극장판으로, 최종 보스 무잔과 주인공 탄지로의 대결을 본격적으로 그리는 3부작의 첫 편이다. 일본에서는 342억 엔을 벌어들이며 역대 흥행 2위에 올라 전편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성적표도 눈에 띈다. 관객 수에서는 506만 3734명으로 3위에 그쳤지만, IMAX·4DX·돌비시네마 등 특수관 상영 비중이 높아 549억 19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리며 ‘F1: 더 무비’(515만 5381명·544억 9146만 원), ‘좀비딸’(562만 7024명·530억 3903만 원)을 제치고 매출 선두에 올랐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관객 수와 매출 순위가 뒤바뀐 이번 결과는 수익 구조가 관객 수보다 특수관 점유율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극장 산업에서 특수관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IMAX, 4DX, 돌비시네마 등 고가 상영관을 통한 몰입형 경험이 관객 선택의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관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극장들이 특수관 확충에 집중해온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문제는 이러한 특수관 흥행의 주도권이 국내 영화가 아닌 해외 외화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일본 애니메이션이 프리미엄 상영관을 선점하면서, 한국 영화는 여전히 일반관 위주의 전략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같은 규모의 관객을 모아도 매출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계가 특수관 효과를 흡수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대작 제작 자체의 한계도 있다. 제작비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는 흥행 실패 시 손실 위험이 커, 투자와 제작이 보수적으로 흐르는 현실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한국영화 가운데 블록버스터로 분류할 만한 작품은 '전지적 독자 시점'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에 한국 영화 산업에 또 하나의 근심이 더해졌다. 특수관 시대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내 영화는 관객 동원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더라도 수익성 경쟁에서는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특수관에 최적화된 장르 개발과 기술적 실험, 그리고 안정적인 대작 제작 환경 조성이 한국 영화가 풀어야 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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