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조폭 서비스맨', 가장 약한 것들의 연대 [D:쇼트 시네마(13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0.07 11:23  수정 2025.10.07 11:23

조다연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백수 진수(박량우 분)는 게임을 하다 떨어진 담배를 사러 나간 길에, 여학생 지수(안원형 분)가 동급생 혜민(서지우 분)에게 괴롭힘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지수는 그를 자신이 고용한 ‘심부름센터 조폭’이라고 속이며 위기를 모면하고, 진수는 얼떨결에 가짜 조폭 행세를 하게 된다. 이후 진수는 지수가 괴롭힘 당할 때마다 나타나 돈을 구해주고 돈을 번다.


그러나 진수가 자주 가던 슈퍼의 주인이 혜민의 어머니였고, 혜민은 그가 조폭이 아닌 백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혜민은 복수를 위해 자신도 가짜 조폭을 불러 진수와 지수를 위협하고, 진수는 겁을 먹고 도망친다.지수는 혜민의 폭력에 맞서 당당함을 잃지 않지만, 결국 위기에 몰린다.


그때 도망친 진수가 이불을 들고 돌아와 지수 대신 맞으며 그를 보호한다. 또한 그는 혜민의 어머니에게 딸이 맞고 있다고 거짓말해, 상황을 뒤집고 상대를 도망치게 만든다. 지수는 진수의 행동에 용기를 얻어 혜민의 엄마에게 혜민에게 맞은 피해자라고 고백한다.


이 영화는 거짓에서 출발해 진심으로 닿는 이야기다. 진수의 조폭 행세는 현실의 초라함을 감추는 허세였지만, 그 허세가 누군가의 방패가 되는 순간 작은 영웅담으로 변모한다.


진수가 도망쳤다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돌아오는 장면은, 그가 처음에는 본능적인 겁을 먹었지만 결국 책임감과 용기를 택했음을 보여준다. 백수였던 진수가 누군가를 돕는 일에서 느낀 뿌듯함, 그리고 외면하지 않고 지수를 돕는 이야기가 극적이지는 않지만 따뜻하다.


영화는 학교 폭력의 구조적 폭력을 부각하기보다, 그 안에서 작게 피어나는 인간적인 연대에 집중한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모퉁이에서, 가장 약한 자들이 서로를 구원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기적이 담겼다. 러닝타임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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