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올해 들어 사상 최고가를 수시로 갈아 치우자 유럽 박물관에 있는 황금 유물을 노리는 절도범들이 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새벽 영국 웨일스의 세인트 페이건스 국립 역사박물관에 2인조 도둑이 침입해 청동기 시대 황금 장신구를 훔쳐 달아났다.
지난달 16일에는 프랑스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에 도둑이 침입해 60만 유로(약 10억원) 상당의 금 원석 표본 4개를 훔쳐 갔다. 도난당한 금 표본은 18~19세기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최초로 발견된 금 원석과 미국 골드러시 시대에 채굴한 원석, 수십 년 전 호주에서 발견된 축구공 크기의 5㎏짜리 금 원석 등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박물관 측은 밝혔다.
범인들의 행각은 대담했다. 이들은 절단기와 가스 토치 등 전문 장비를 사용해 방탄유리를 뚫었다. 박물관 측은 이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완벽하게 아는 전문가팀이었다"면서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박물관은 범행 두 달 전인 7월 사이버공격으로 경보 및 감시 시스템이 무력화된 적이 있다.
지난 1월 네덜란드 드렌츠 박물관에서는 절도범들이 폭발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루마니아 국보급 유물인 '코토페네슈티의 황금 투구' 등 600만유로(약 88억원) 상당의 유물 4점을 훔쳐 갔다. 당시 범행에 소요된 시간은 불과 3분이었다.
도난당한 황금투구는 기원전 약 450년경 제작된 것으로, 고대 장인 정신과 더불어 루마니아 고대 민족의 정신을 담고 있는 중요한 유물로 꼽힌다.
이 사건으로 유물을 대여해 준 루마니아 국립 역사 박물관장이 해임되고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당시 박물관에는 야간 경비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범인들의 범죄 동기가 유물의 역사적 가치가 아닌 폭등하는 금값에 있다고 지적한다. 도난당한 유물들은 너무나 유명해서 암시장에서 거래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범인들이 유물을 녹여 금괴로 만들어 팔아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기준 금 시세는 온스당 약 3971.4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오전 한때는 3977달러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금 시세가 온스당 2604달러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9개월 만에 52% 넘게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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