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인텔, 파운드리 '3강' 구도 재편하나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0.10 11:24  수정 2025.10.10 11:26

18A 공정 가동 선언…TSMC·삼성 추격 나선 인텔

'트럼프 효과' 힘입어 반격 본격화, 관건은 '고객 확보'

미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위치한 인텔 팹52 내부.ⓒ인텔

미국 인텔이 차세대 반도체 제조공정 ‘18A(1.8나노미터)’ 가동을 공식화하며, TSMC·삼성전자 중심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구도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인텔의 반격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팹(Fab) 52’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인텔의 차세대 18A 공정이 적용된 생산라인이다.


18A 공정은 반도체 회로 폭이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한 초미세 공정이다. 회로 간격이 좁을 수록 신호 전달이 빨라지고 전력 효율이 높아져 이 간격을 좁히는 것이 반도체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재 5나노미터 이하 공정을 상용화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그러나 인텔의 18A는 3나노미터를 뛰어넘는 기술로 평가되며, 업계에서는 “양산 안정화에 성공할 경우 사실상 3강 체제가 형성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은 18A 공정으로 제작된 새로운 노트북용 프로세서 '팬서 레이크'(Panther Lake)도 공개했다. 팹52에서 생산될 해당 칩은 내년 출시될 노트북에 탑재될 예정이다. 인텔은 팬서 레이크가 AI 모델처럼 복잡한 연산에서도 강력한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동시에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8A 공정은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라, 인텔이 다시 세계 반도체 산업의 리더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첫 걸음”이라며 “AI·데이터센터·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IDM 2.0’ 전략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올해 2분기까지 파운드리 부문에서 약 32억 달러(약 4조4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지난 7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핵심 생산라인 효율화와 고부가가치 공정 집중으로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어 8월 미국 정부는 미국의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인텔 지분 10%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18A 가동이 미국 내 반도체 자급 강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에 힘이 실리면서, 인텔은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등에 업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관건은 고객사 확보다. 18A 공정으로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해야 차세대 공정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인텔 파운드리 부문 총괄 케빈 오버클리는 “소비자가 체감할 성능 개선을 입증해야만 인텔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며 “성과로 증명하기 전까지는 우리를 믿지 말라”고 말했다.


한편 인텔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AI 칩 대표주자엔비디아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인텔 주가는 8월 이후 두 달 만에 50% 이상 급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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