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자부심인가 ‘국뽕’인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0.11 07:30  수정 2025.10.11 07:30

MBC에브리원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약칭 어서와)'의 시즌3이 마무리됐다. 시청자에게 외면 받으면서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휴식기를 거친 후 시즌4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보인다. 매우 이례적인 인기다.


지상파, 종편 그리고 CJ E&M 계열의 일부 채널이 아닌 일반 케이블 채널은 시청자의 관심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MBC에브리원은 앞에 MBC가 붙긴 했지만 MBC와는 별개의 일반 케이블 채널이다. 그러므로 이런 채널에서 ‘어서와’ 같은 인기작이 나온 게 이례적인 사건인 것이다.


처음부터 이런 인기를 기대하진 못했다. 유명 연예인도 나오지 않고 특별히 자극적인 예능적 설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MBC에브리원 채널 사상 최초로 시청률 3%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자 의외로 3년이나 이어진 장기 시리즈가 되었다.


유명 연예인이나 자극적인 예능적 설정 등의 흥행 요소가 없다고 앞에서 말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그 이상의 흥행 요소가 있었다. 바로 한국의 자부심이다.


우리는 과거 극심한 가난을 겪으며 서구에 대한 열패감과 동경심을 키워왔다. 그랬다가 경제개발의 성과가 가시화되자 우리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 자부심이 폭발했다.


한국의 눈부신 성장을 자랑스러워하게 됐고, 그걸 외국인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게 됐다. 그래서 한국에 찬사를 보내는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인기를 끌었는데 ‘어서와’가 그런 흐름의 결정판격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본국에 사는 친지를 초청해, 그들이 한국 여행을 하도록 한다는 설정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래서 소규모 예능인데도 장수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서구 열강에 대해 열패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서구인들은 한국을 여행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서울 강남 시가지를 보고 미래 도시 같다면서 감탄한다든지, 지하철이나 버스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편의시설들을 보고 부러워하는 모습, 한국 음식에 열광하는 모습 등이 전파를 탔다.


이런 방송 내용이 우리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을 재인식하게 하는 기능도 했다. 외국인들이 스스로 여행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설정이기 때문에 여행 내용이 천차만별이었다. 만약 제작진이 여행 계획을 짜줬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관광지 위주의 동선이 나왔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외국인들이 알아서 움직였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지도 않았던 지방이나 박물관 등이 등장했다.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그런 풍경을 보면서 우리에게 유명 관광지 말고도 갈 만한 곳이 많다는 걸 재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부심과 더불어 스스로에 대한 더 풍부한 인식까지 안겨주니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안정적인 지지를 받게 됐다. 서구에 대한 열패감, 선망 등은 이 프로그램이 시작했을 때에 비해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어서와’ 같은 프로그램이 그런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낮게 생각하고 서구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쓸수록 이런 프로그램의 인기가 올라간다. ‘어서와’를 통해 우리의 자부심이 올라가고 서구에 대한 열패감이 약화되면 프로그램의 인기 기반도 약해진다. 이 프로그램은 성공할수록 존립기반이 약화되는 구조인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충분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면 더 이상 외국인의 평가에 매달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데, 건강한 자부심과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적 재인식을 넘어서서 무조건적인 ‘국뽕’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한국에 대한 찬사가 주를 이루다보니 과도한 자만심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무조건 우리가 최고’라는 식의 자만은 건강하지 않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항상 자기 인식의 객관성이 유지돼야 하고 그러려면 프로그램 내용이 묻지마 찬사 일색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다른 나라로부터 배울 게 많은 나라다. 이 프로그램에 외국인들이 많이 나오니, 그들을 통해 한국문화를 재인식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통해 외국문화의 배울 점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거기까지 나아가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더 긍정적인 영향력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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