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어머니가 27일 동안의 단식 농성 끝에 MBC의 재발 방지 및 변화 약속을 끌어냈다.
시민사회단체 엔딩크레딧은 앞서 “단식농성 28일 만에 MBC와 유족 측이 잠정 합의를 했고, 어머님이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녹색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 오요안나ⓒ
엔딩크레딧이 공개한 ‘MBC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관련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MBC는 기상캐스터 직무를 폐지하고, 정규직 직무인 기상·기후전문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고 오요안나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배경으로, 기상캐스터가 ‘프리랜서’로 표현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지적됐기 때문. MBC는 기상캐스터를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로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기상캐스터들끼리 출연 기회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는 것. 또한 비정규직 신분인 고 오요안나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보호 조치 또한 받을 수 없었다. 이에 오요안나의 어머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앞에서 ‘다른 기상캐스터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었다.
방송 작가들도 의미 있는 결과를 끌어냈다. 한국방송작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ENA ‘나는 솔로’의 제작사 촌장엔터테인먼트와 연출자 남규홍 PD가 표준 집필 계약서 작성을 거부, 이에 작가들이 방송사로부터 저작권료를 받지 못했다고 폭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는데 최근 피해 작가들이 그동안 받지 못했던 집필 방송분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게 된 것이다. 당시 남 PD는 자신과 동료 연출자를 작가로, 자신의 딸을 자막 작가로 이름을 올려 작가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었다.
기상캐스터와 작가로 직무는 다르지만, 두 사례 모두 방송가 비정규직의 어두운 이면을 실감케 한 사례로 그 결과에 이목이 쏠렸었다. 일각에서는 MBC의 변화를 끌어내고, 작가들의 권리가 인정된 선례를 남긴 것에 ‘의미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두 사례 모두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으며,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산재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잠정 합의안을 발표한 MBC의 경우, 정규직 직무 기상·기후전문가를 신설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결국 기상캐스터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는 유족 측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는 것. 기상캐스터를 일괄 전환하는 것이 아닌, 관련 전공자, 자격증 소지자, 5년 이상 경력자 등을 공개경쟁채용하는 이 방식은 결국 고 오요안나와 기상캐스터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 작가 또한 창작자, 플랫폼 사이, ‘저작권’의 향방이 중요해진 요즘, 저작권 양도를 강요하는 등의 불공정 계약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등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 새로운 문제점을 직면 중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도 중요하지만, 한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방송가의 뿌리 깊은 차별 문화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근로자성이 인정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된 작가들을 향한 MBC 직원들을 향한 차별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됐는데, 이때 고 오요안나의 어머니를 비롯해 미디어 비정규직 인권단체 엔딩크레딧, MBC 무기계약직 작가들이 소속된 MBC차별없는노조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MBC가 비정규직 프리랜서를 마구 쓰고 버리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조직 내 차별과 혐오·괴롭힘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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