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출은 '그림의 떡'이고 은행 문턱은 '하늘'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고소득 무주택자 한숨
"자산 격차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심화시켜"
#. 30대 직장인 A씨는 전날 발표된 부동산 대책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국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이 없으면 집 한 채 살 수 없다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은행 문턱만 계속 높아지니 서울에 집 한 채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소득·흙수저 청년층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가 현금 부유층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반면, 월급을 모아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청년 층의 주거 사다리만 걷어찬다는 비판이 나오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규제안이 시행됐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대출 조이기'다.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주택 가격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도 대폭 낮췄다.
특히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고가주택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당장 이날부터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구체적으로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었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과 동일하게 6억원으로 제한된다.
무주택자의 LTV도 기존 70%에서 40%로 낮아졌다.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중산층의 경우 고가 주택을 구입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정부는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의 경우 LTV가 70%로 유지되는 등 주택 공급에 필요한 배려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날 "이번 대책은 규제지역에 따라 LTV가 강화되는 것"이라며 "정책대출 등 배려가 필요한 주택금융은 차질없이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 이하이거나, 1억원을 넘더라도 신생아가 있는 가구의 경우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9억원 이하 아파트에 최대 4억원 미만으로 대출이 제한된다.
문제는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미 10억원을 상회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전용 59㎡(약 24평)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10억5006만원에 달했다.
소형 평수조차 정책대출 기준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서초구와 강남구의 경우 평균 20억원을 웃돌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로 부모의 도움 없이 자수성가한 '고소득 흙수저' 청년 및 신혼부부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소득 기준 때문에 정책금융마저 받지 못하는 이들은 은행 대출을 통해서만 자산 형성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이번 규제로 인해 그 기회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해 비교적 높은 소득을 올리더라도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가 자산 격차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심화시키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적게 받는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열심히 노력해 성실하게 자산을 모아온 젊은 세대의 희망을 꺾을 것"이라며 "자산 격차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심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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