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5선, 부의장일 때 들어온 부의금 전액
장학재단 설립에 전액 쾌척…수백명 수혜
"중학교 진학시켜준 은사께 보답하는 길"
정치문화 타락 극에 달한 현 상황과 대조적
봉주장학회의 설립자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18일 경기 안양시 관양동의 봉주장학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이날 각 고교 학교장들의 추천으로 장학금을 받게 된 장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주장학재단 제공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11년 전 부친상을 당했을 때, 들어온 부의금 전액을 종잣돈으로 내놓아 설립된 봉주장학회가 올해도 36명의 고교생에게 18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현역 국회 상임위원장이 국정감사 기간 중에 자녀 결혼식을 치르는 등 경조사와 관련한 잡음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훈훈한 미담이라는 전언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봉주장학회는 전날 경기 안양시 관양동의 장학회 사무실에서 제7차 장학증서 수여식을 거행했다. 경기도 관내 25개 고교에서 학교장이 추천한 장학생 36명이 재단으로부터 18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받았다.
이 전 부의장은 11년 전인 2014년 6월, 5선 중진 의원이자 현역 국회부의장 신분으로 있을 때 부친상을 당했다.
당시 상당한 액수가 부의금으로 들어오자 이 돈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심을 하다가,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 시절 중학교 입학금 전액을 낼 수가 없어 쩔쩔매고 있을 때, 박봉을 털어 대신 내준 초등학교 은사의 뜻을 이어받기로 하고 장학재단 설립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이리(현 익산) 출신인 이 전 부의장은 집안 형편이 중학교 입학금을 댈 형편이 되지 않아, 당시 시행되던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반드시 수석을 해서 전액 장학금을 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차석을 하는 바람에 반액 장학금만 나오게 됐다고 한다. 이에 상급학교 진학이 무산되려던 찰나,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을 했던 은사가 그 소식을 전해듣고 입학금 나머지 반액을 선뜻 내줬다는 것이다.
봉주장학회의 설립자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18일 경기 안양시 관양동의 봉주장학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이날 각 고교 학교장들의 추천으로 장학금을 받게 된 장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주장학재단 제공
이후 이 전 부의장은 학업에 전념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뒤, 6선 국회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지내기에 이르렀다.
이 전 부의장이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며 부친상 부의금 전액을 쾌척하자, 10여 명의 독지가가 그 뜻에 공감해 봉주장학회가 설립되기에 이르렀고, 그동안 수백 명의 경기도 관내 고교생들이 장학금 수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전직 국회부의장의 미담은 최근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역 국회 상임위원장이 국정감사 기간 중에 국회 경내에서 자녀 결혼식을 치르고, 모바일 청첩장에 신용카드 결제 안내까지 싣는 등 정치문화의 타락이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현 상황과 대조적인 면모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석현 전 부의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민학교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가려고 할 때 사실 집안형편이 굉장히 어려웠다. 시골에서 가족 중에 병원 입원 생활을 오래 하는 사람이 나와서 전답을 다 팔았을 지경"이라며 "입학금이 없었는데 국민학교 담임선생님이 박봉을 털어서 내줘서 중학교에 갈 수가 있었다. 은사께 보답하는 길이 뭘까 하고 생각해보니 나도 후진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이겠더라"라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내가 어제(18일)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커서 자리를 잡으면 여러분들도 후진들을 위해서 이렇게 하셨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대를 이어서 따뜻함이 선순환이 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권했다"며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 창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보람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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