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투입해 절반 폐업”… 해외농업개발 전면 재검토 요구 [2025 국감]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10.17 11:50  수정 2025.10.17 11:50

17일 국감서 “비상시 반입 불가, 공급망 확보 취지 퇴색” 지적

“대기업 참여·오일팜 재배 등 농지기금 취지 어긋나”

농어촌공사 “법 개정으로 반입명령 근거 신설”

김인중(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17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2025년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어촌공사가 15년째 추진 중인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업 목적이었던 ‘비상시 농산물 국내 반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대기업은 사업을 중단하거나 곡물과 무관한 품목을 재배하는 등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다.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9년부터 농지관리기금에서 매년 60억 원 이상이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에 지원돼 왔지만, 지금까지 총 2137억 원을 대출받은 50개 기업 중 절반인 25곳이 활동을 중단했다”며 “700억 원 이상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해외 진출 기업 중에는 셀트리온, 현대중공업, 한진해운 등 비(非)농업 대기업도 다수 포함됐다”며 “이 자금이 실제 농업에 투입됐는지, 현지에서 ‘땅장사’로 전용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또한 “사업의 핵심은 비상시 국내 반입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반입량이 64만t에서 9만t으로 급감했다”며 “해당 국가와 반입 협약조차 체결되지 않아 사업 목적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구조였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특히 “지원금 496억 원을 받은 두 기업이 주로 오일팜(팜유)을 재배하고 있다”며 “국내 식량안보와 무관한 품목에 자금이 쓰이고 있다. 농지관리기금이 아닌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지적하신 부분은 타당하며, 비상시 국내 반입 명령과 손실 보상 근거를 2023년 해외농업자원개발법에 신설해 보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업은 국내 반입뿐 아니라 국제 곡물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목적도 있다”며 “언급하신 기업이 오일팜을 주요 품목으로 재배하고 있지만, 그 외 다른 곡물도 재배 중이다. 다양한 곡물 재배를 통해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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