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의 이야기㉙] 부산 수영구 인디고서원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부산 인디고서원, 어린이·청소년에게 전하는 책의 매력
인디고서원은 2004년 8월 설립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부산 남천동에 위치한 이 서점에는 문학과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까지. 6개의 주제로 분류한 서적들이 긴 시간만큼 빼곡하게 서점을 채우고 있다.
자습서 대신, 어린이·청소년의 ‘자양분’이 될 도서를 선보이는 것이 인디고서원의 목표였다. 허보람 부대표는 “자습서나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 만든 베스트셀러는 없다”고 인디고서원의 서가를 설명하면서 “글로써 사람을 키우는 인문학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청소년들의 내적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좋은 책들을 선별해 놓은 책방”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책을 만날 수 있는 서가는 빽빽하지만, 대신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허 부대표는 어린이·청소년들의 취향을 뾰족하게 겨냥한 이유에 대해선 “35년 전부터 국문과를 다니며 책 읽기 수업을 하던 중, 청소년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며, 책 읽기를 통해 새롭게 꿈을 피울 수 있는 인문학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원’이라는 명칭을 통해 서점이자 교육 기관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고 출발했다. 허 부대표는 “나라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고 학문을 수양했던 조선 시대의 교육기관 ‘서원(書院)’을 뜻하기도 한다. 이 공간에서 도덕적 품성, 비판적 지성, 예술적 감성을 청소년들이 함께 배우고 이를 실천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인디고 서원의 대의”라고 말했다. 지금의 인디고서원을 찾는 어린이 그리고 청소년 독자들을 위해, 인디고서원이 인문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랐다.
◆ 책 넘어 잡지 출간, 어린이·청소년들이 직접 이끄는 활동
‘좋은’ 의도를, ‘잘’ 전달하기 위한 노력도 동반 중이다. 책 판매만으로는 서점 운영이 힘든 현실을 반영, ‘예약제’를 통해 소수의 인원이 인디고서원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게 했다. 서점 운영을 위해 예약금을 받는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인디고서원을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책도 갖추고 있다.
허 부대표는 “좋은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서점으로서, 앞으로도 책이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살아 숨 쉬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인디고서원만의 소신을 언급하면서 “책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가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을 시간과 마음을 들여 정성스럽게 만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더 깊고 넓은 공간이 되기 위해 예약제를 도입했다.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 귀한 걸음을 해주시는 이들에게 좀 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질적으로 높은 경험을 약속했다.
도덕적 품성, 비판적 지성, 예술적 감성 등 인디고서원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책을 선별하기 위한 디테일한 노력도 이어나가고 있다. 허 부대표는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나 읽으실 수 있는 책을 매달 선정하고 있다. 좋은 책을 통해 ‘쓸모 있는 인문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고 믿는데,이때 쓸모란 생명을 살리고, 자유롭고 정의로운 삶을 만드는 일이다. 답을 주기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 다정하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책,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세계를 상상하고 보여주는 책을 읽고, 새로운 이야기를 발명하시면 좋겠다”고 독자들을 향해 당부했다.
매주 책 1권 이상을 읽고 글을 쓰며 토론하는 ‘인문학 수업’을 비롯해 어린이, 청소년이 주체가 돼 발간하는 인문교양지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 ‘인디고잉’까지.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이를 확장하는 경험도 인디고서원이 돕고 있다. 이 잡지에는 어린이 또는 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작성하는 것은 기본, 나누고 싶은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등 독서와 사유의 확장을 시도 중이다.
이에 대해선 “인디고 서원에서 뽑은 좋은 책들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읽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 나눈 것을 글로 써서 잡지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주축인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는 2021년에 창간해 지금까지 19권을 냈고,‘인디고잉’은 2006년에 창간해 지금까지 88권을 냈는데, 이는 곧 인디고서원과 같은 어런이, 청소년 전문 서점이 필요한 이유와도 닿아있다.
“인디고서원은 여전히 종이책 읽기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고 말한 허 부대표는 한 줄의 문장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무엇이 더 진실이고 정의로운 것인지 찾아 나서는 원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 읽기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인디고서원이 추구하는 읽기의 방식이다. 읽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책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읽기를 시도하고 있고, 책 읽기에 가깝게 가기 위한 강의, 문화 행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하고 있다. 인디고 서원이 매년 발간하고 있는 ‘워크북’ 역시 활동을 하며 읽기를 해볼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인디고 서원은 인간으로서 이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한 절박한 시도로서 ‘읽기’를 계속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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