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본토 첨단 칩 생산 개시…삼성 '테일러 팹'의 시간 빨라질까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10.20 12:49  수정 2025.10.20 14:40

엔비디아 차세대 칩, TSMC 애리조나 팹서 양산

트럼프 '자국 내 첨단 제조 공급망 복원' 본격화

삼성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가동 시점 앞당기나

젠슨 황(사진 오른쪽) 엔비디아 CEO와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지난 5월 17일 대만 타이베이 레스토랑에서 만난 모습.ⓒ연합뉴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양산을 시작하며 최첨단 반도체의 북미 본토 내 생산이 본격화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내 첨단 제조 공급망 복원 전략'이 가시화됐다는 신호다.


글로벌 빅테크들 역시 이를 계기로 미국 내 반도체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삼성 파운드리가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기며 대응할지 관심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의 대량 생산을 애리조나 팹에서 시작했다. TSMC가 엔비디아의 첨단 칩을 미국 본토에서 양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TSMC 애리조나 팹에서 열린 기념식에 방문해 "가장 중요한 단일 칩(블랙웰)이 미국 내 가장 첨단의 TSMC 팹에서 제조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며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산업 재편 비전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반 제조업은 AI에 대한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칩이 미국 본토에서 양산을 시작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온 제조업 재건 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미국은 한국과 대만에 뒤처진 반도체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풀어 TSMC 공장을 유치했다.


TSMC는 애리조나에서 생산된 블랙웰 칩을 다시 대만으로 옮겨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공급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와 결합할 방침이다. 블랙웰은 이전 세대인 호퍼보다 연산 효율을 크게 높인 칩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과 추론 연산에 최적화됐다. TSMC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사용해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생산 개시는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자립의 상징적 장면인 동시에 삼성전자의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길 잠재 변수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이 미국 본토 내에서 생산된다는 건 다른 글로벌 빅테크들의 수요도 미국에서 이어질 것이란 의미가 있다"며 "TSMC가 공장 가동을 알린 만큼, 삼성의 테일러 공장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일러 팹은 370억 달러 이상 투입된 삼성전자의 미국 내 내 최첨단 제조 거점이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채택한 이 공장이 가동되면, TSMC 애리조나, 인텔 오하이오와 함께 미국 내 3대 첨단 클러스터를 구축하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2026년 본격적인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와 22조8000억원 규모 파운드리 계약을 맺고, 9월부터 인력을 파견해 파운드리 라인을 정비했다. 오는 11월에도 엔지니어들을 추가적으로 투입하며 장비 설치와 공정 최적화 작업을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삼성 파운드리보다 약 1년 앞서 선단 공정 생산을 개시한 만큼, 삼성이 테일러 공장 가동 시기를 조기에 앞당긴다면 AI·전장(자동차용) 반도체 수요의 대체 생산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엔비디아와 TSMC의 협력이 미국 내 AI 반도체 생산 분위기를 본격화했다"면서 "TSMC가 앞서 나간 가운데, 신규 설계사들의 분산 수요가 발생할텐데 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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