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면 사라" 발언에 민심 부글부글
여권 고위층 부동산 보유 '내로남불' 논란 확산
정부 강공 드라이브 속 더불어민주당은 신중론
세금 논의 시기상조라지만…보유세 향방 쟁점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무주택자와 청년층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책의 후폭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차관이 고가 아파트 매입과 관련 논란에 휩싸인데 이어, "집값이 안정화돼 떨어지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는 발언까지 해 민심은 더욱 들끓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죄악시하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반면 부동산을 비생산적 자산으로 보고 투기 억제 방침을 강조한 정부는 정책 방향의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모습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공급 대책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은 폐교 등 유휴부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여당이 논의해 주택 공급 관련 법안이 곧 발의된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부에서 그 법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커진 반발을 의식해 여당이 민심의 흐름을 살피며 신중한 대응 기조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정부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어, 당정 간 온도차도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번 대책이 부동산 거래 규제 강화라는 초고강도 조치인 만큼, 여론이 부정적 방향으로 결집할 경우 정국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진석 수석은 부지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당내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논의해 정부와 협의하고 발표할 것 같다"며 "정부가 유휴부지 등의 부지를 찾아 언제까지 착공이 가능한지 세밀한 부분을 검토해 발표할 것이고, 교육부와 논의를 해야겠지만 폐교 부지 등도 검토 대상"이라고 했다. 이어 "신도시를 조성해 주택을 공급하는 형식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며 "도심에 유휴부지를 찾아 공급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 주택 공급 하나의 축"이라고 밝혔다.
정부·여당 일각에서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인상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에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문 수석은 "세금 문제는 지금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 당 지도부 기조"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의 다음 단계는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보유세 인상'일 것이라고 경고하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여당 원내대표부터 국토부 차관까지 정작 자신들은 갭투자의 사다리를 밟아 부를 축적하고 주요 지역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에게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며 윽박지르는 것"이라며 보유세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앞서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묶어 대출규제를 강화했다. 아울러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 차단을 위해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지정해 2년 실거주 의무도 부여했다.
이 가운데 국토부 차관의 갭투자 의혹 등 여권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부동산 논란이 '내로남불' 비판으로 번지며 민심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이상경 차관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10·15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는 비판에 대해 "지금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발언해 뭇매를 맞았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여당 지도부에서 대리사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이상경 1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당의 최고위원이자 국토위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가용한 정책 수단 역량을 집중 투입해서 경고등이 켜진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철저하게 억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사실상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 자산이 부동산 시장이 아닌 주식 시장으로 흘러가야 함을 강조하듯 "주식시장이 정상화 흐름을 타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 추세가 더 굳건히 뿌리내리려면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각 부처는 국민 경제를 왜곡하는 투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도 코스피는 상승 기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9.84포인트(1.56%) 상승한 3883.68에 마감하며 '사천피'에 바짝 가까워졌다. 이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거론하며 자산시장 정상화를 강조한 만큼, 부동산 억제 기조 속에 금융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물린 흐름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대통령은 "청년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청년 일자리 창출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메시지인 만큼, 청년층의 불만을 완화하고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메시지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절실한 과제 앞에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나섰다"며 "어제 개최한 상생협력 채용박람회는 그 협력의 결실이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뜻깊은 자리"라고 했다. 이어 "일자리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지난달 기업들에게 적극 동참을 요청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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