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테마형 10종목 신규 상장…8종목이 유사 상품
포트폴리오 편입 종목·비중 ‘비슷’…차별성 부재
대형사 역할론 주장했으나…중소형사 “덕본 거 없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260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자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카피캣(Copycat·모방)’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투자자 수요가 증가한 테마형 ETF를 두고 ‘베끼기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ETF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도 예외 없는 모양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21종목의 ETF를 신규 상장했다. 이 중 10종목이 테마형 ETF인 가운데 8종목이 기존 시장에 있던 상품들과 유사한 구조로 출시됐다.
예를 들어 전일(21일) 상장된 ‘KODEX 코리아소버린AI’는 네이버의 편입 비중이 약 22%로 가장 높은 게 특징이다. 다만 지난달 신한자산운용이 출시한 ‘SOL 한국AI소프트웨어’ 역시 네이버 편입 비중이 23%대로 비슷하다.
이 외 삼성자산운용이 올해 내놓은 테마형 ETF들의 포트폴리오 상위 10종목을 살펴보면 앞서 출시된 경쟁사 상품들과 편입 종목이 절반 이상 일치하며, 동일 종목들의 편입 비중은 10%포인트 이내다.
투자자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삼성자산운용 목표와 달리 올해 들어서는 좀처럼 특색 있는 상품을 찾아보기 힘든 모순이 발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유사 ETF 출시로 인해 차별성 부재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같은 상품이어도 편입 종목·비중에 다르면 수익률에 차이를 줄 수 있는데, 비슷한 전략과 유사한 구조로 운용되는 것이 문제”라며 “ETF 시장이 커질수록 상품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자산운용은 ‘ETF 베끼기’ 논란에 대해 우수한 캐파(CAPA·생산능력)를 바탕으로 투자자 교육과 광고를 집행하고, 이를 통해 업계가 함께 수혜를 볼 수 있다며 대형사의 역할론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대형사가 시장에 다양하고 유익한 상품이 홍보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하지만 대형사의 광고로 인해 덕을 본 게 없다”며 “오히려 자금은 대형사로 몰리고 상품 복제는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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