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겨냥 실태조사, 오히려 ‘역효과’…퀵플렉서 절반은 ‘3일 연속’ 휴가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5.10.21 14:45  수정 2025.10.21 14:57

월평균 소득 647만원·주5일제 62%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쿠팡로지스틱스(CLS) 소속 퀵플렉서(배송기사)들 2명 중 1명은 ‘3일 연속 휴가’를 간 것으로 민주노총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연차 휴가를 보유한 직장인도 연속 휴가를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사업자’인 위탁 배송기사들이 휴가를 자유롭게 쓴다는 사실이 업계 처음으로 밝혀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쿠팡을 겨냥한 노조 실태조사가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00여명의 퀵플렉서들을 상대로 주당 근무시간·근무일수·휴무 사용 비중·소득 등을 조사했는데, 조사 결과가 오히려 택배업계 평균치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택배업계 "민주노총, 퀵플렉서 근로여건 우수하다고 스스로 자인한 꼴"


21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CLS 위탁영업점 소속의 퀵플렉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퀵플렉서 6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1.1시간(휴게시간 22.6분)이었고 평균 소득은 647.3만원(비용 포함)이었다.


주5일 근무를 한다는 기사는 36.8%였다. 격주 주5일제(28%)를 포함한 주5일제 비중이 64.8%에 달했다. 주6일 근무 비중은 28.3%였다.


또 퀵플렉서의 82%는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대답했고, 클렌징 우려, 용차비 부담 등이 작용한다고 했다.


총 소득은 647만3000원으로, 지출(156.5만원)을 빼면 월 평균 490만8000원의 실질 소득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근무일과 근무시간, 배송건수 등을 통해 쿠팡 퀵플렉서 노동자의 노동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로 퀵플렉서들의 근무여건이 오히려 우수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택배업계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조 조사에 따르면, 3일 연속 휴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사는 51.5%로 나타났다.


“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없다”는 기사 대답이 많았지만, 오히려 3일 연속 휴가를 간 기사도 2명 중 1명이라는 것이다.


사유는 여행·휴식·여가(59.7%)가 1위로, 경조사(9.1%), 병원진료(11.7%)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퀵플렉서 기사 2명 중 1명은 불가피한 개인 사정이 아닌, 순수한 휴식 목적의 장기 휴가를 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CLS는 “이번 택배노조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CLS 위탁배송업체 택배기사의 휴무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CLS에 따르면, 매일 전체 퀵플렉서 3명 중 1명이 휴무하고 있는데 이 인원은 6000명에 이른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 CLS가 다양한 백업기사 제도를 통해 퀵플렉서들이 더 장기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점을 노조 스스로 자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에서 조사한 퀵플렉서 3일 연속 휴무 비중(49%)보다도 높은 결과로 조사됐다. 반면 다른 5개 택배사들의 3일 연속 휴무 비중은 8.9~23%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쿠팡 퀵플렉서 62%는 주5일제...“소득, 근로시간도 업계 평균보다 우수”


총 소득과 근무시간에서도 택배노조의 조사가 공신력 있는 일반 택배 유관기관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조사에 따르면, 퀵플렉서의 평균 소득은 647만3000원(비용 제외 490만8000원)이었다.


하지만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CJ대한통운·로젠택배·롯데택배 등 국내 주요 6개 택배사 소속 기사 1203명에 대해 ‘업무 여건 및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의 월평균 총수입은 516만9000원(비용 포함)이었다.


차량 유지비 등 통상 100만원이 넘는 각종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노조가 조사한 퀵플렉서 월 순수입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퀵플렉서 근무시간이 11.1시간으로 지난해보다 0.2시간 줄었지만 2023년(9.8시간)보다 늘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조가 분석한 퀵플렉서 근무시간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생활물류서비스보고서’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일 평균 업무시간은 10.5시간, 휴게시간을 포함하면 11.7시간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택배업계 일각에선 “노조가 쿠팡을 겨냥해 실태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사실상 업계 평균과 비교해 우수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주5일제 시행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에 따르면, 퀵플렉서의 62%는 주5일제를 하고 있고 대기업 택배사들은 이 비중이 1~5%에 불과하다.


노조에 따르면, 야간 배송기사의 주5일제(격주 포함)는 86.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타 택배사 근무요건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위탁기사에게 "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네, 아니오식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가 유리한 결과를 유도했다는 비판도 있다.


‘개인사업자’로 스스로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위탁기사를 마치 일반 직장인처럼 휴가 유무를 묻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CLS는 국내 최초의 백업 시스템 제도를 택배업계에 도입해 주5일제가 가장 활발한 택배회사로, 노조가 쿠팡만 지목해 조사하고 열악한 택배업계 전반을 같이 조사하지 않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노조가 이번 조사로 퀵플렉서의 근로여건이 업계 대비 우수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