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첫 개최 후 16년간 이어진 현대차그룹 행사 '페스티벌 아이디어'
조향 없이 전후좌우 이동하는 전방향 주행 모빌리티 'ANT' 팀, 아이디어 페스티벌 대상
핸들 없는 휠, 안전벨트로 조작하는 버튼 등 창의적 발상으로 생활 불편 해소
좁은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 몇 번을 꺾어야 간신히 빠져나오는 차, 제자리에서 회전조차 어렵다. 운전자의 손은 바쁘고 공간은 늘 부족하다.
이 단순하지만 고질적인 불편에서 현대자동차 선행연구원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조향 없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면 어떨까.’ 좁은 공간에서도 제자리 회전과 측면 주행이 가능한 새로운 모빌리티. 현대차 연구팀 ANT Lab팀이 선보인 전방향 주행 모빌리티의 탄생 배경이다.
22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무대 위에서는 조향장치가 없는 네 개의 바퀴가 자유롭게 회전하며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핸들이 없는 이동체가 좌우로 흐르듯 움직이자 객석에서는 놀라움의 탄성이 터졌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현대차 연구팀 ANT Lab이 만든 조향장치가 없는 전방향 주행 모빌리티임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아이디어가 실험이 되고, 실험이 제품이 되는 무대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물까지 제작해 발표하는 행사로 2010년부터 매년 개최해 올해로 16회를 맞았다. 임직원들의 연구개발 의지를 북돋우고, 창의적인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날 본선에서는 6개 팀이 각각 발표와 시연을 진행하며 고객의 모빌리티 경험을 한층 확장할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공개했다.
올해 주제는 ‘글로벌 챌린저(Global Challenger)’. 본선에 오른 6개 팀은 7개월 동안 제작비와 공간을 지원받아 실제 작동하는 시제품을 완성했다. 무대에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닌, 생활의 불편을 정면으로 다룬 기술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대상을 받은 ANT Lab팀의 ‘액티브 옴니 내비게이션 트랜스포터(Active omni Navigation Transporter)’는 타이어의 단순한 조향이나 회전에 의존하지 않고, 휠 내부의 정교한 기어 메커니즘과 도넛형(Torus) 타이어를 결합해 전 방향 이동을 구현하는 새로운 모빌리티다.
황상우 현대차 ANT Lab팀 책임연구원은 “2차원 평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모빌리티를 만들었다”며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이동하는 데 있어 기존의 조향 시스템은 특정한 경로를 따라 움직여야 했다면 이 시스템은 평면상의 어느 지점이든 직접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휠에 두 개의 동축 구동력을 전달하도록 설계돼 있다. 휠 전체가 회전하면 종방향 이동이, 타이어 자체가 회전하면 횡방향 이동이 이뤄지는데 기존의 조향 장치처럼 토우(toe) 모션이 필요하지 않아 외형적으로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좁은 공간이나 복잡한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전후좌우 이동과 제자리 회전이 가능해 정밀하고 효율적인 주행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휠 회전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아 모빌리티 내부 공간 활용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데시벨’ 팀은 “운전석 중심의 조작 버튼이 불편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편안하게 앉은 상태에서 접근할 수 있는 안전벨트를 이용해 버튼을 눌러 차량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 ‘데시벨’을 개발했다.
‘S.B.S(Seat & Belt with Stability)’ 팀은 발달장애인의 불안 증세를 완화하기 위한 압력·발열 시트를 선보였다. 시트가 몸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압력을 조절하며 착석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방식이다.
‘스냅플레이트(Snap Plate)’ 팀은 차량 번호판을 기반으로 차주에게 연락할 수 있는 차량 소통 시스템을 제안했다. 사고나 불법 주정차 등 긴급 상황에서 개인정보 노출 없이 차주에게 연락이 가능하다.
각 팀 시연 후에는 역대 아이디어 페스티벌 수상자들을 비롯한 임직원 심사위원단이 작품 구현성, 독창성, 기술 적합성, 고객 지향성을 평가하고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대상 수상팀에게는 상금 1000만원과 2026 CES 견학 기회가 주어진다. 최우수상 수상팀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HMGICS(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견학 기회가 시상된다.
대상을 받은 ANT Lab팀은 “개발 초창기부터 함께 고생해준 팀원들과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이번에 선보인 것은 목업 단계로, 아직 연구 초기 단계에 가깝다”며 “양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구조적 완성도와 기술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제품은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휠을 사용해 하중이 약 40kg 수준이지만, 국내외 타이어 업체와 협력해 소재를 개선하면 내구성과 적재 하중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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