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신발보다 싸다?… 미쉐린이 '1티어'를 지키는 방법

데일리안 농캐(태국)=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10.23 14:00  수정 2025.10.23 19:34

태국 공장서 '미쉐린, 성능을 넘어' 미디어데이 개최

2050년까지 재활용 소재 100% 활용해 타이어 제조

소방용 호스·인공 디스크·컨베이어 등 '복합소재' 사업 확대

"소비자들, 가격·성능 넘어 더 많은 가치 보고 구매해야"

마누엘 파피앙 미쉐린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태국 농캐 공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유럽에서는 타이어를 30초 만에 팔 수 있다고 합니다. 신발 하나를 구매할 때는 엄청 공을 들이면서, 타이어는 목숨이 달렸는데 30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정말 화가 납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태국 농캐 공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미쉐린 경영진이 '타이어의 가치'를 몰라주는 소비자에 대한 아쉬움을 쏟아냈다. 값싼 타이어, 가성비 타이어 등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해 매년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미쉐린의 타협없는 욕심과 자부심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미쉐린은 지난 136년간 '톱티어' 기업으로서 쌓은 기술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후 100년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미 입증받은 기술 및 상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미쉐린이 내세운 미래 경쟁력은 ▲지속가능성 ▲복합소재 등 크게 두가지다. 탄소배출 저감이 글로벌 목표치로 떠오른 만큼 향후 강화될 환경 규제에 미리 대응한 제품을 만들고, 이를 넘어 오랜 시간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사업까지 구상하겠다는 것이다.


마누엘 파피앙 미쉐린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은 "미쉐린은 타이어 제조업을 넘어 복합소재와 데이터 기반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기술 혁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2050년 100% 재활용 타이어 생산… "비싸도 가치 있다"
씨릴 로제 미쉐린그룹 기술·과학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22일(현지시간) 태국 농캐 공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미쉐린은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 중 'ESG'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로 꼽힌다. 이미 타이어 제조의 30%를 재활용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는 40%, 2050년엔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미쉐린의 '지속가능성'이 주목되는 건 공급망·소재 혁신을 위한 준비를 오래 전 부터 구체적으로 계획해왔다는 점에서다. 이미 주요 평가기관에서 높은 등급을 수차례 받아내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쟁력도 인정받았다.


특히 주 원료인 천연고무나 재활용 소재 영역에서 공급망 농가 교육, 윤리적 생산, 산림보호, 농민 복지 등을 포함한 구조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은 경쟁사들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단순히 '소재를 바꾸겠다'는 수준을 넘어 사람-이익-지구의 균형있는 변화을 목표로 하는 셈이다.


씨릴 로제 미쉐린그룹 기술·과학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로드맵도 있고 잘 진행되기 때문에 2050년에 10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안전성, 환경성, 대량생산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진정한 지속가능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쉐린 CC2 제품의 타이어 분진 배출량. 업계 평균과 비교해 월등히 앞서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위해 경쟁사와의 협력도 무릅쓴다. '넷제로는 혼자서 달성할 수 없다'는 철학 때문이다. 실제 미쉐린은 브리지스톤과 재생 카본블랙 품질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인디텍스(ZARA 모회사) 등이 참여한 '위사이클(WeCycle)' 컨소시엄을 통해 PET 재활용 생태계 구축도 주도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스타트업 카비오스(Carbios)와 효소 기반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며, 프랑스 북부에는 상용화 공장 설립도 진행 중이다.


파피양 사장은 "넷제로 달성은 혼자할 수 없다. 2년 전에 브릿지스톤과 함께 타이어 제조사로서 투자해 리사이클링 가능한 타이어 만드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었다"며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다른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타이어 밖의 다른 파트너들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천연 소재 개발, 기술 투자가 지속돼야하는 만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미쉐린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가치'를 판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내구성, 연비 등에선 여전히 압도적인 기술적 경쟁력을 갖춘 만큼, 오히려 TCO(총소유비용)의 관점에선 중국 저가 타이어보다 저렴할 수 있다고 봤다.


로제 책임자는 "우리는 타이어 아닌 가치를 판매한다. 우리는 모든 성능을 갖고 있다. 지속가능성 역시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중국 타이어의 가격이 더 저렴하지만, 주행 전 과정의 에너지 효율과 수명, 회전저항까지 고려하면 미쉐린 타이어가 훨씬 경제적"이라고 했다.


이어 "미쉐린타이어와 중국 타이어를 비교하는 한 연구결과에서는 1000km당 실질 사용비용은 미쉐린이 12.5유로, 중국 타이어는 14.5유로 수준으로 조사됐다"며 "안전 측면에서 중국 타이어는 최악이다. 모든 것을 고려해 보면 미쉐린 타이어를 사는 게 훨씬 현명하다고 조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이어로 쌓은 기술력, 사람 살리는 데 쓴다
미쉐린 태국 농캐 공장에 전시된 제품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이날 미쉐린은 타이어 뿐 아니라 제조, 의료 등 폭넓은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복합소재' 사업 확대도 공식화했다. 136년간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수익 기반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미쉐린의 복합소재 기술은 이미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더 튼튼한 소방용 호스,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 의료용 인공 디스크, 파손없는 컨베이어 벨트 등이 대표적이다. 마찰에 따른 마모를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내구성과 안전성이 유지돼야하는 제품들이다.


파피앙 사장은"한 세기 넘게 소재 공학을 연구해왔다. 현재 우리는 삶을 변화시키는 복합소재와 경험을 바꾸는 제조기업으로 가고자 한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생명을 구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소방관, 의사 등에게 절체절명의 중요한 순간에 자신들이 쓰는 도구가 실망스럽지 않다는 확신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는 고무·금속·실리카·블랙카본 등 200개 넘는 소재를 결합해 만들어진다. 1889년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서 설립된 미쉐린은 136년 간 프리미엄 타이어를 생산하며 복합소재과 관련한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확보해왔다. 이 기술을 토대로 산업 전반에 걸쳐 향후 100년을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씨릴 로제 미쉐린그룹 기술·과학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복합소재는 각각의 특징을 가진 2가지 이상 소재를 융합해 강성이나 유연성 등을 배가 시키는 것"이라며 "연구개발(R&D) 센터에서 각종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결합하면서 실제 사업에 적용 가능한 잠재력에 대해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쉐린은 단기간 내 복합소재 사업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기존 업체를 인수하고, 기술력을 적용하는 방식을 꾀하고 있다. 탄탄한 자본력과 기술력은 이미 갖추고 있는 만큼, 몸집을 불려 시장 우위를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것이 목표디.


파피앙 사장은 "이미 시장에 있는 전문 기업을 인수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다. 따로 자회사를 만들기 보다는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것"이라며 "인수 전에 우리의 지식과 R&D 전문성을 얼마나 적용할 수 있는지, 잠재력을 따져본다. 폴리머 전문가, 타이어 전문가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 지역은 미쉐린 복합소재 사업의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천연고무 등 핵심 원료를 공급받는 지역인 데다, 최근 수요 측면에서도 경제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그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복합소재의 중심에 있다. 공급 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하늘길과 역내 철도망, 바닷길을 따라 많은 물자가 이동하고 미쉐린 복합소재는 아시아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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