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로스 "빠르고 안전한 '2초 브릿지'로 파편화된 블록체인 통합"[인터뷰]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입력 2025.10.24 06:00  수정 2025.10.24 06:00

하트 램버 어크로스 프로토콜 공동 창립자 인터뷰

'옵티미스틱 브릿지'로 12분→2초 자산 이동

"다음 목표는 파편화된 스테이블코인 통합"

하트 램버 어크로스 프로토콜 공동창립자가 22일 데일리안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어크로스 프로토콜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상 인터뷰 캡처.

블록체인 세계는 수많은 '섬(체인)'으로 쪼개져 있다.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자산을 옮기는 '뱃길(브릿지)'은 느리고 비쌀 뿐만 아니라 해적을 만날(해킹)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만약 이 모든 섬을 단 몇 초 만에, 거의 무료로, 안전하게 연결하는 '초고속 항로'가 열린다면 어떨까. 블록체인 간의 경계를 허물어 파편화된 조각들을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묶어내겠다고 선언한 프로젝트가 있다.


하트 램버 어크로스 프로토콜 공동창립자는 지난 22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어크로스는 어떻게 하면 가상자산을 체인 간 빠르게 옮길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서 출발했다"며 "파편화된 이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것이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램버 공동창립자는 골드만삭스에서 10년간 국채 트레이더로 일하다가 2018년 돌연 가상자산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전통 금융은 폐쇄적이고 게이트 키퍼가 존재한다고 느꼈다"며 "블록체인은 전 세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기술로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가 그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8년 블록체인 프로젝트 '우마'에서 시작해 3년 전에는 우마 핵심 멤버와 어크로스를 창립했다"고 말했다.


2초 만에 자산 이동…'옵티미스틱 브릿지' 구조

블록체인 생태계는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 등 각기 다른 규칙과 기술을 가진 메인넷(체인)들이 경쟁하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와 자산이 각 체인별로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마치 국가별로 화폐와 언어가 달라 자유로운 교류가 어려운 것처럼 A체인의 자산을 B체인에서 쓰려면 복잡하고 느린 '브릿지'를 거쳐야만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파편화(Fragmentation)'라고 부른다.


어크로스는 이 파편화 문제를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한 방식으로 해결한다. 램버 공동창립자는 "어크로스의 평균 브리징 시간은 2초 이내"라며 "마치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자산을 옮기는 듯한 속도"라고 자신했다.


폭발적인 속도의 비결은 '옵티미스틱 브릿지' 구조에 있다. 블록체인에서 말하는 '완결성(Finality)은 거래가 완전히 확정돼 더 이상 취소되거나 변경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에서는 한 거래가 진짜로 '확정'되려면 평균 12분 정도가 걸린다. 기존 브릿지들은 이 확정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램버 공동창립자는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은 완결성 확보에 12분 이상 걸린다.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사용자 경험에 치명적"이라며 "어크로스는 제3자 참여자가 먼저 자신의 자산으로 사용자에게 자금을 전송하고 프로토콜이 나중에 그 릴레이어에게 상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저는 2초 만에 자산을 받지만 실제 블록체인 완결성은 그 뒤에서 천천히 이뤄지는 셈이다.


"민트 앤 번 구조 아냐"…해킹 위험 최소화
하트 램버 어크로스 프로토콜 공동창립자 ⓒ어크로스 프로토콜

속도만큼 램버 공동창립자가 강조한 것은 '보안'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브릿지 해킹 사례 대부분은 '민트 앤 번(mint-and-burn)' 아키텍처에서 비롯됐다"며 "이 방식은 한 체인에 자산을 락업(Lock-up)하고 다른 체인에서 래핑된 자산을 발행하는데 이 락업된 자산이 해킹의 주된 타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크로스는 제3자 참여자가 '실제 자산'을 목적지 체인으로 바로 전송하는 비수탁형 구조이기 때문에 거대한 자금 풀이 해킹 위험에 노출될 일이 원천적으로 없다"고 밝혔다.


수수료 역시 파격적이다. 그는 "대부분의 소액 전송은 1 달러 미만이며 100 달러 전송 시 수수료는 몇 페니 수준"이라며 "5만 달러 같은 큰 금액도 5 달러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유니스왑·팬케이크스왑과 협력…"스테이블코인도 통합 목표"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어크로스는 유니스왑(Uniswap)과 1년 이상 전담 브릿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팬케이크스왑(PancakeSwap)과도 협력하고 있다. 램버 공동창립자는 "초기에는 가상자산 친화적인 사용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결제 기능 등으로 일반 사용자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램버 공동창립자는 '체인 파편화' 다음 문제로 '스테이블코인 파편화'를 지목했다. 그는 "현재 체인이 너무 많고 각 체인마다 별도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돼 또 다른 파편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체인들을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묶은 것처럼 다음 단계는 이 모든 스테이블코인들 또한 '하나의 달러'처럼 느껴지도록 통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US달러로 시작해 향후 원화, 엔화 등 다른 통화의 스테이블코인 통합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램버 공동창립자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상자산이 가장 대중적으로 침투된 시장으로 진정한 웹3의 미래를 보여주는 최전선"이라며 "한국 개발자와의 협업에 관심이 많으며 현지화된 웹3 경험을 함께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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