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중 감독 연출
올해 가장 바쁜 배우를 꼽자면 단연 강하늘이다. 3월 '스트리밍'으로 포문을 연 뒤, 4월 '야당', 5월 드라마 '당신의 맛', 6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시즌3, 7월 '84제곱미터'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다. 그리고 29일 개봉을 앞둔 '퍼스트 라이드'로 다시 한 번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준비를 마쳤다.
ⓒ쇼박스
'퍼스트 라이드'는 2023년 216만 관객을 동원한 '30일' 남대중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강하늘표 코미디에 대한 기대감을 높다. '퍼스트 라이드'는 24년 지기 다섯 친구의 첫 해외여행을 담은 청춘 코미디물로, 강하늘은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땐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태정을 연기했다. 남 감독과 두 번째 만남인 만큼 연출에 대한 신뢰와 대본의 매력은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대본이 재미있었고 남대중 감독님도 너무 좋은 분이라 하게 됐어요. 제가 남대중 감독님의 글을 좋아하는 부분들은 기발한 상황이예요. 읽으면서 상상할 수 있는 나래가 거의 우주까지 가거든요. 내 상상력도 엄청 풍부해지는 기분이 들죠. 그래서 남 감독님의 대본을 읽을 땐 항상 재미있어요."
강하늘은 단순히 대본을 따라가기보다 인물의 행동과 대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캐릭터의 성향을 세밀하게 해석하며 현실감 있는 ‘태정’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보탰다.
"감독님과 상의한 다음에 바꿀 부분은 조금씩 수정을 해요. 이번에 의견을 냈던 장면 중 하나는 공항에서 옥심이 끌려가는 걸 태정이 바라보는 장면이었어요. 대본은 옥심이 끌려가는 걸 태정이 바라보는 내용이었는데 조금 더 태정스러웠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걱정과 위로보다는 태정의 T성향을 살려 조언을 하는 걸로 수정했죠."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수능 만점 캐릭터, 어쩌면 허구처럼 들리지만 강하늘이 연기하니 이상하게 믿어진다. 현실적인 감정선과 유연한 생활 연기가 비현실적인 설정에 설득력을 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진(김영광 분)이 연민(차은우 분)의 인형을 품에 안고 다니는 장면만큼은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숙제였다.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어요. 독특한 설정들이 모여있는 걸 어떻게 돌파할까 생각해보니 기세로 밀고 나가야겠더라고요. 내가 사람들을 믿게 하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내가 이 상황을 믿을 거라고 전제를 깔았어요. 그리고 태정이 인형을 바라보는 관객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도진이 연민이 인형을 들고 등장했을 때 그냥 아무말 없이 수긍해버리면 그건 의문이 관객들의 몫으로 남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없었던 액팅을 많이 넣었죠. 제가 최대한 할 수 있는 선에서 인형을 향한 부정적이 느낌을 더 가 가미하려 했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태정도 인형의 상황과 동화돼 있으면 너무 이상하잖아요. 관객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진 잘 모르겠어요."
강하늘은 인숙한 현장이지만, 동료 배우들인 김영광·강영석·차은우·한선화는 남대중 감독과 처음 작업이다. 강하늘은 감독의 함축적인 지시를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이를 동료 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풀어 전하며 현장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
"다들 똑똑하고 영민해서 촬영 현장에 금방 적응했어요. 다만 감독님이 말이 길지 않고 함축적으로 하는데 그 함축적인 의미를 찾는 걸 전 '30일' 때 한 번 해봤으니 빨리 느낌이 오거든요. 그러다보면 저만 이해한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웃음) 그래서 그걸 풀어서 다른 배우들에게 설명해주고는 했죠."
함께 호흡을 맞춘 김영광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강하늘은 촬영 내내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현장을 이끈 김영광의 에너지를 인상 깊게 떠올렸다.
"(김)영광이 형은 진짜 아이디어가 많더라고요. 거의 모든 신에서 편하게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식의 회의를 했는데 그 때마다 많은 아이디어를 냈거든요. 그런데 형이 직접 말을 안하고 저한테 '네가 감독님이랑 친하니까 얘기해봐'라고 시켰어요.(웃음)"
차은우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강하늘은 첫 만남부터 느낀 차은우의 털털하고 겸손한 성격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그렇게 생기면 성격이 안좋을 수도 있는데 은우는 진짜 성격이 좋아요. 너무 털털하고 소박하더라고요. 처음 만날 때부터 친해졌어요. 지금 군대간 것도 사실 감이 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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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의 향연인 만큼, 장면마다 에너지의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강하늘은 중심에서 전체의 톤을 맞추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이 작품 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할 때 한 신마다 에너지의 총량이 있다고 생각해요.개성이 특출난 캐릭터가 많아서 저는 중재자 역할을 많이 했어요. 가만히 있는다거나 눈에 안띄는 리액션을 하거나 맞춰주는 것들이요."
'퍼스트 라이드'의 주요 장면은 태국에서 한 달간 진행된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됐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장기 촬영은 배우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자 도전이었다
"이렇게 오래 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번 경험을 통해 장기간 로케이션 촬영은 저와 안맞는다는 걸 정확하게 알게 됐어요. 하하. 우리집에서 눈뜨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웃음)"
강하늘은 쉴 틈 없이 달리면서도 ‘이미지 소진’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강하늘은 그 걱정 자체가 오히려 배우로서의 생기를 깎아내린다고 여긴다.
"전 (이미지가) 소진 될 걱정을 잘 안해요. 자신감이 아니고, 그렇게 생각을 해야 정신건강에 이롭더라고요. 내가 작품을 많이 해서 식상해진다는 걱정을 하는 순간 소진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분명히 저를 식상해 하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득이 되는 건 그런 생각을 안하는 거더라고요."
최근 한국영화의 침체와 위기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강하늘의 시선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부수적인 전략보다 작품의 힘을 믿고 있다.
"예전에 '동백꽃 필 무렵' 차영훈 감독님께서 'KBS 드라마 시청률이 예전같지 않은데 어떻게 돌파하느냐'라는 질문에 하신 답변이 있어요.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는 건 요량이고, 그런 것들이 아닌 좋은 작품을 만들면 분명히 사람들이 봐주실 것이다'라고 하셨거든요. 저도 그 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해요. 제가 언제나 좋은 작품만 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작품들이 많아진다면 어려움을 뚫고서라도 많은 분들이 봐주지 않을까 싶어요. 당연한 말이고, 정답에 가장 가까운 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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