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인가제' vs 한은 '은행 중심'
뚜렷한 시각차에 정부안 더 늦어져
금융위원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을 조만간 확정하고 연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정부안이 연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가운데, 규제안의 세부 내용을 두고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등 관계부처의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의 통합 논의 과정 등도 남아있다 보니, 실제 입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을 조만간 확정하고 연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 정부안은 관계 부처와 막바지 조율 단계에 있으며, 올해 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최종 논의를 거쳐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민병덕, 김은혜, 김재섭 의원 등 총 7개의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상황이다.
정부안은 당초 이번달 초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획보다 늦어지자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내 처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규제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이견이다.
금융위를 비롯해 현재 발의된 대부분의 법안은 금융위의 심사를 통과한 사업자에게 발행을 허용하는 인가제를 택했다.
핀테크 기업 등 다양한 주체에게 혁신의 기회를 열어주자는 취지다.
반면 한국은행은 은행 중심의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감에서 "은행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금융위와의) 큰 의견 차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 27일 발간한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의 통화 시스템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자칫 기존 통화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홍 한은 결제정책팀장은 "시가총액 1, 2위 스테이블코인조차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히 비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변동성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법정통화와의 1대 1 가치 유지를 약속하지만, 중앙은행의 보증이 없는 만큼 언제든 가치가 급락하는 '디페깅'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은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제도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은행을 발행 주체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은행은 이미 엄격한 자본·외환규제를 받고 있으며 규제 준수 역량과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예금토큰' 상용화와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은은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예금토큰의 혁신 잠재력을 이미 확인했다"며 이를 활용하면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자본·외환규제 회피와 같은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고 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정부안 발표와 최종 입법까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규제 공백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관련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전문가는 "이 기간 동안 규제를 회피하려는 새로운 시도나 잠재적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며 "특히 정해진 규제가 아직 없는 동안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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