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판결로 본 '李 비리 관련성'…법조계 "사실상 구조적 공모 판단"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5.11.04 02:02  수정 2025.11.04 05:05

'대장동 비리' 1심 피고인들 징역 4~8년 중형…성남시 수뇌부-민간업자 공모 인정

재판부 "성남시 수뇌부 결정, 김만배 사업 주도권 영향…정진상-이재명 관계 밀접"

법조계 "대장동 사업, 시 승인 없이 추진 불가…알고도 제동 없었다면 사실상 방조"

"직접 관여 드러나지 않았어도 사실상 구조적 공모 판단…향후 李재판 영향 전망"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사진 왼쪽),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이른바 '대장동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에게 지난달 31일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민간업자들의 금품 제공과 특혜의 핵심 당사자로 판단했다.


판결문 곳곳에는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 간의 공모 정황 그리고 당시 시장이었던 이 대통령이 이를 보고받고 알고 있었다는 재판부의 인식이 담겼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이 대통령과의 구조적 공모를 시사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5명에게 징역 4~8년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관계에 따라 벌인 부패범죄"라며 "공정성, 청렴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장동 일당의 1심 유죄 판결문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경과와 성남시 수뇌부, 민간업자 간의 공모 관계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이재명'이 390여 차례나 언급됐다. 재판부는 "이재명, 정진상 등은 민간 업자들이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재선 기여 등으로 말미암아 사실상 사업 시행자로 내정되는 특혜를 받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즉, 성남시의 공공개발 추진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이 정치적 지원의 대가로 대장동 개발 우선권을 얻었다는 취지다.


정 전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정책실장을 맡았고 이후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활동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책실장이던 정 전 실장이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접대를 받고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남욱이 유동규에게 준 뇌물 3억원 중 일부는 정진상과 김용(당시 성남시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도 명시됐다.


또 "김만배를 대표로 하는 민간업자들을 선정해 주겠다는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이 김만배의 사업 주도권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의 말을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의 관계가 매우 밀접했다"고 적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 개회식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유 전 본부장 측에 대장동 사업 배당이익 중 428억원을 주기로 한 '이익 분배 약정'을 사실로 인정했다. 유씨는 법정에서 "이 돈은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자금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으며 판결문은 그 진술을 일부 신빙성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김씨가 '내가 잘 가지고 있다가 줄게'라 하자, 나는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는 법정 진술을 인용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이 대통령의 별도 재판에 미칠 법리적 영향을 두고 "성남시 수뇌부가 민간업자와 결탁한 구조를 인정한 것으로, 배임 재판의 판단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의 승인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구조로, 실무진만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성남시 수뇌부'라는 표현으로 책임 주체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고려로 보이지만 문맥상 윗선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안 변호사는 그러면서 "윗선이 사업 구조를 알고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이는 사실상 묵인이나 방조로 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법원이 성남시 관계자들의 배임 행위를 인정한 이상 당시 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판결문에 '성남시 수뇌부', '시장에게 보고됐다'는 표현이 반복된 것은 구조적 공모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직접 관여가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사실상 주범이 빠진 판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배임 행위가 1심 법원에 의해 일단 인정된 이상 향후 이 대통령의 재판에서도 사실판단의 기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정권자와 실무자들의 관계, 고의성 여부는 별도로 다뤄지겠지만 이미 재판부가 성남시 관계자와 민간업자 간 연관을 인정한 이상 법리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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