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막히자 고소득자 신용대출로 집 구매
LTV 40% 축소, 오히려 실수요 지역 직격탄
“규제가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하게 작동” 지적 잇따라
 6·27대책 이후(7~9월) 서울에서 6억원 이상 대출을 끼고 집을 산 비중은 39%로, 이전(1~6월) 36%보다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6·27대책 이후(7~9월) 서울에서 6억원 이상 대출을 끼고 집을 산 비중은 39%로, 이전(1~6월) 36%보다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결과적으로 ‘현금 부자’와 ‘초고소득자’만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대출 문턱에 막혀 주택 매수를 포기하고, 고소득층만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을 사들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1~9월 서울 주택 매매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6·27대책 이후(7~9월) 서울에서 6억원 이상 대출을 끼고 집을 산 비중은 39%로, 이전(1~6월) 36%보다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6월27일 수도권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1주택자(일시적 처분 조건 제외) 이상에 대해서는 신규 대출을 금지했다.
이처럼 수도권 규제지역의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이면서 소득이 높지 않은 실수요자들은 대출 문턱에 막혀 주택 매수를 포기한 반면, 고소득층은 신용대출이나 예금담보대출을 통해 규제를 우회했다.
결국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산층·청년층은 시장에서 밀려나고 현금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가 10월15일 발표한 10·15부동산 대책으로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서울 전 지역과 경기 12개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40%로 낮췄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의 40% 이상 대출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정책 목표는 집값 안정이지만, 정작 규제의 충격은 집값 상승세가 미미한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1~9월 기준 서울의 평균 LTV 40% 이상 거래 비중은 49%였다.
마포·성동 등 한강벨트 지역에서 금융사 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 한 거래 중에서 LTV 가 40% 이상인 거래는 46.8%로 절반 이하였다.
반면 강북(67%), 금천(62%), 성북(62%), 중랑(61%), 구로(59%) 등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은 60%를 넘으며 한강벨트 지역보다 10%p 이상 높았다 .
이는 LTV 40% 규제가 강화될수록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보다는 자산가의 매수 여건만 개선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DSR과 LTV 강화로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는 반면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수도권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와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수요가 위축되는 한편, 대출 없이 매입이 가능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경호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결과적으로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면서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끊었다”며 “지역과 계층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는 정책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모두 잃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맞춤형 금융지원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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