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높인 한국문학의 위상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한국 콘텐츠가 흥하며 K-북을 향한 관심도 쏟아진다.
이러한 흐름 속, 힐링 에세이를 비롯해 SF 등 장르문학까지. ‘다양한’ 장르가 해외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가운데 터닝포인트를 잘 지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K-북을 향한 해외 독자들의 관심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15일부터 19일(현지 시각)까지 열린 가운데, 문학 등 도서를 향한 관심과 함께 청주고인쇄박물관이 ‘한국 호랑이와 까치를 만나다’를 주제로 한국 민속화 ‘호작도’ 판화와 금속활자 인쇄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한국 문화를 향한 관심도 이어졌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으로 한국 전통문화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박물관 등 관련 기관도 도서전에 참석해 판화와 금속활자 인쇄 체험을 선사하고, 한지를 활용해 부스를 꾸미는 등 K-컬처가 곧, 세계 무대에서 그 자체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K-컬처를 향한 관심이 K-북의 영향력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인데, 이는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불거진 한국문학을 향한 관심을 확대하기에 ‘적기’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문학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해외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번역·출판 지원을 받은 한국문학 도서의 해외 판매량이 2024년 한 해 동안 약 120만 부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도(약 52만 부) 대비 1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번역원이 지난 7월 실시한 해외 판매 현황 조사 결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개년간 40개 언어권에서 출간된 총 942종의 누적 판매량은 약 268만 부에 달하며, 이는 2019~2023년 대비 73만 부 증가한 수치라고.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영국에서 사랑을 받고, 조남주 자각의 ‘82년생 김지영’은 독일에서 호응을 얻는 등 스타 작가들의 도서는 3년 연속 4000 부 이상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힐링 에세이의 인기에, 장르문학을 향한 호기심 등 ‘의외의’ 장르들이 보여준 활약도 이어져 전과는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영미권 주요 출판그룹 중 하나인 하퍼콜린스에 판매가 돼 주목을 받은 힐링 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이어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시간이 멈춰 선 화과자점, 화월당입니다’' 등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을 포착하는 작품들이 해외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가 하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에세이도 관심을 받는다. 이 작품 외에도 하완 작가가 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김수현 작가의 ‘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이 일본 등에서 사랑을 받았다.
힐링 에세이 및 소설 등 개인의 경험을 녹여낸 작품들이 해외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해외에서 사랑받는 한국 도서들의 장르 스펙트럼을 한 뼘 넓혔다는 평을 받는 가운데, SF 등 장르소설도 영상화하기 좋은 작품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는다.
‘천개의 파랑’으로 할리우드 제작사와 영화화 계약을 체결한 천선란 작가는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로 영국에 진출했으며, 편혜영 작가의 ‘홀’, 김보영 작가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등이 영상으로 해외 독자, 관객들을 만난다. K-콘텐츠의 인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 원천이 되는 K-스토리를 향한 관심 또한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수상작을 넘어 공감 또는 흥미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 사랑받는 것에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더 다양한 K-북이 사랑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힐링 소설을 비롯해 SF·판타지 등 장르문학의 약진이 뚜렷해진 흐름 속,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과 함께 한국문학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도 함께 선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문학의 세계적 확산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며 전수용 번역원장은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해외에서의 판매 성과가 가시화됐고, 이는 한국문학의 세계적 확산 가능성을 수치로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는데, 그의 말처럼 더 많은 한국문학 작품이 글로벌 독자들과 폭넓게 만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졌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