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 부동산 정책대출…현실 못 보는 정치권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11.03 04:00  수정 2025.11.03 04:00

李정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민·실수요자 내집 마련 좌절에

현실 반영 못하는 정책 대출까지

정치권, '소득요건상향' 지적 솔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국회에서 주택시장안정화TF 명단발표 및 10·15 대책 설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추진하고 여당이 힘을 싣는 초고강도 10·15 부동산 규제책으로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어려워졌다는 성토가 나오는 가운데, '디딤돌·보금자리론' 등 기존 정부가 마련한 부동산 정책모기지마저도 신혼부부같은 실수요자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해 상승하는 임금과 늘어난 초혼 연령 등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규제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실질적인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민 주거 사다리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비판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공감대를 표했지만, 실제 논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과거에 머무른 정책모기지 기준이 신혼부부와 같은 실수요자들의 주거 부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타당한 지적"이라며 "당 지도부에 건의해보고 알아보겠다"고 일단 공감을 표했다. 다만 실제 지도부 차원에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알 수 없다.


우선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인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시세 6억원 이하 주택 △미혼일 경우 연소득 7000만원·부부합산시 연소득 8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요건이 부합하면 최대 4억2000만원을 지원한다.


다만 이같은 정책모기지 이용가능 요건은 지난 2004년 출시 이후 20년 넘도록 요건이 거의 바뀌지 않다가 윤석열정부 때인 2023년 10월에야 부부합산 소득요건이 기존 7000만원 이하에서 8500만원 이하로 1500만원 상향 조정됐다. 이는 디딤돌대출 등 타 정책모기지도 비슷하다.


당초 정책모기지의 목표는 소득이 낮아 자산 형성 초기 단계인 서민층과 신혼부부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초혼 연령은 지난해 기준 남성은 33.9세, 여성은 31.6세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소득이 다른데도 소득요건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3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 평균 소득은 30대가 월 386만원(세전)으로 집계됐다.


ⓒ데일리안 DB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4월 시도별 임금·근로시간 조사 결과'에서도 전국 직장인 평균 월급은 421만5000원, 서울 1인당 임금은 476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내집마련을 꾀하는 30대 맞벌이 신혼부부의 합산 연소득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미 소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정치권이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현실 주거 부담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최근 여권에서는 정책모기지 기준을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금자리론의 소득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례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혼일 때는 연소득 7000만원 대출이 가능하지만 2명 합산 연소득 8500만원을 넘기면 대출신청 자체를 할 수 없어 미혼 상태로 두고 대출신청 하는 것"이라며 정책모기지에 대한 소득 기준 상향을 촉구했다.


허 의원의 지적에 김경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상품 조건을 바꾸는 것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을 조화시키는 과제가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해보고 바로 잡을 수 있을 길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인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나 '정책모기지 요건이 서민과 실수요층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전체적으로 임금과 초혼 연령대가 상승하고 있고, 경제 유동성도 상승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금융위원회와 한번 고민을 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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