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의 악몽 여파?…韓 기업 최소 6곳 대미 투자 철회∙보류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1.03 07:07  수정 2025.11.03 07:11

미국 이민단속 당국이 지난 9월4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지난 9월 조지아주 이민 단속 이후 일부 한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업체들 사이에 “미국 기업 투자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역 컨설턴트과 변호사 등은 1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이민단속 후 최소 6개 한국 업체가 대미 투자를 취소·보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주 초 기준으로 최소 2개의 기업이 미국 내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기업 4곳은 프로젝트 재개를 미뤘다”고 덧붙였다.


WP가 취재한 컨설턴트과 변호사들은 그러나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앞서 지난 9월4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300명 넘는 한국인을 체포했다.


당시 300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쇠사슬에 결박당한 상태로 끌려가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한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구금됐던 직원들은 정부 간 협상 끝에 석방돼 한국 정부가 보낸 전세기를 타고 귀국했다. 전문가들은 조지아주 단속 이후 미국 기업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 퍼졌다고 전했다.


미 상공회의소 산하 미국·한국 경제협의회 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한국 기업 한 곳이 미국 내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었으나,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우려해 결국 한국에서 공장을 확장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말했다. 덴버 소재 법률회사 홀랜드 앤드 하트의 크리스 토머스 이민 변호사도 “한국의 한 대형 IT 기업이 이번 사건 이후 미국 진출 계획을 접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러한 투자 위축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새로운 비자 규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미국에 투자한 동아시아 기업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나 컨설턴트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적자들이 미국에 출장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조너선 클리브 인트라링크 한국 대표는 “직원들이 미국 파견을 꺼리는 마음이 커지고 있고, 이는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트럼프 정부가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틑 H-1B 비자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1000달러에서 100배나 많은 10만 달러(약 1억 4300만원)로 올려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WP는 “업계 전문가들이 미국 관료들이 새로운 대책과 인센티브를 내놨지만, 여전히 많은 동아시아 기업들은 미국이 사업을 하기에 예측 불가능한 장소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리브 대표는 “향후 몇 년 간 미국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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