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중·러 다 核실험하는데 우린 왜 못 하나”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1.03 16:35  수정 2025.11.03 16:35

CBS 간판 프로그램 ‘60분’과 5년 만에 인터뷰

“北 제외 中·러, 핵실험하는데 알리지 않을뿐”

라이트 “핵폭발 실험 아닌 비임계 실험 논의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가는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북한과 중국,러시아 모두 핵실험을 하고 있다”며 미국은 지구를 150번이나 날려버릴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잘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1992년 이후 33년 만에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을 직접 시사한 것은 처음이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자사 ‘60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끊임없이 (핵)실험을 하고, 중국과 러시아도 실험을 하지만 단지 공개하지 않을 뿐”이라며 “우리는 유일하게 실험하지 않는 나라다. 그런 유일한 나라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구를 150번 이상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그렇기에 그것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 작동할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핵을 보유하고 있다면 실험을 해야 한다. 다만 우리는 그것(핵)을 사용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핵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동등한 수준에서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라고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했다”며 “그 절차는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를 시험했고, 중국과 파키스탄도 지하에서 비밀리에 실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핵실험을 하는 나라는 북한뿐”이라는 사회자의 지적에 “러시아도, 중국도 하고 있다. 다만 언론 자유가 없어 그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했지만 상원 비준이 이뤄지지 않아 조약은 발효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는 1992년 이후 핵폭발 실험을 중단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비(非)임계 실험을 통해 핵전력을 유지해왔다. 비임계 실험(subcritical test)은 핵분열 물질이 임계상태에 도달하지 않아 실제 핵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 핵무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논의 중인 것은 핵폭발 실험이 아닌 비임계 실험”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발언으로 미국 내 핵무기 경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대만문제와 미·중관계 등 외교 현안도 언급했다. 그는 “시진핑은 자신의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임기 중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그들을 제압하는 것보다 협력함으로써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유사시 대만을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지 일일이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에 대해 “둘 다 똑똑하고 강한 리더들”이라며 “함부로 다룰 상대가 아니고, 진지하게 대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미 네바다주 국가안보단지(NNSS)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알래스카 회담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가 멍청한 바이든에게 물려받은 것들”이라고 비난하며 “나는 전쟁 8개를 끝냈다”고 주장했다. 마약 근절 목적의 베네수엘라 지상 타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쟁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권좌 유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 31일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촬영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CBS의 간판 프로그램인 ‘60분’에 출연한 것은 5년 만이다.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 프로그램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방송을 편집해 송출했다며 200억 달러 소송을 제기했고, 모회사 파라마운트로부터 합의금 1600만 달러(약 228억 6000만원)를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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