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3사, 자체 신용평가모형 경쟁 본격화
정부 신용사면 여파로 중저신용자 변별력 약화…대안데이터로 리스크 관리
비금융정보 결합한 신용모형 확산…규제 정비·투명성 과제 남아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뱅 3사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경쟁에 나서고 있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이재명 정부의 대규모 신용사면으로 연체기록이 말소돼 중저신용자에 대한 기존 신용평가의 변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대안신용평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생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안신용모형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뱅 3사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설립 명분을 지키면서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신용평가 모형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기존 신용평가모형은 ▲상환이력 ▲부채수준 ▲신용거래기간 ▲신용형태 등을 주요 평가 요소로 스코어카드(평점표) 형태로 표현된다. 연체 발생 여부나 대출 상환 이력, 보유 대출 금리 수준과 카드 이용 형태 등으로 배점이 정해진다.
금융권 내에서는 기존 금융정보 중심 평가로는 중·저신용자를 비롯해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등 소위 ‘씬파일러’라 불리는 고객의 신용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해 중저신용자 의무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의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인뱅은 금융당국 규제에 따라 신용대출 평균잔액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이에 ‘포용금융’을 늘리면서 연체 발생을 낮추기 위해 대안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스코어(카뱅스코어)’를 통해 기존 금융정보 중심모형에선 거절된 중·저신용 고객에게 대출을 승인해 올해 3분기까지 총 9900억을 추가 공급했다고 밝혔다.
카뱅스코어는 개인 신용 평가에 특화된 모형으로 ▲카카오뱅크 ▲카카오선물하기 ▲카카오모빌리티 ▲금융결제원 ▲롯데멤버스 ▲다날 ▲교보문고 ▲예스24 등 8개 기관의 가명결합 데이터 1800만건을 활용한다.
앱 내 적금과 이체 실적을 비롯해 카카오 선물하기, 택시 이용과 도서 구매 등 총 3800여 변수가 반영됐다.
카카오뱅크 측은 카뱅스코어를 통해 승인율을 11%p(포인트) 가량 높였다고 밝혔다. 또 신용 등급제로만 봤을 때 4등급, 5등급인 중저신용자의 분포를 퍼트리는 목적으로도 대안신용모형이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케이뱅크는 통신3사(KT·SKT·LG유플러스)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SGI서울보증이 공동 출자해 개발한 통신 기반 대안신용평가 모델 ‘이퀄(EQUAL)’을 도입해 신용평가 고도화에 나섰다.
이퀄은 약 4800만명의 통신 가입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요금 납부 내용부터 데이터 사용량, 부가서비스 이용 현황, 시간대별 통화 패턴, 금융앱 접속 횟수, 멤버십 사용 빈도, 소액결제 비율 등 500개 이상의 세부 항목을 정밀 분석한다.
토스뱅크는 머신러닝 기반의 자체 신용평가 모형 TSS(Toss Scoring System)으로 기존 CB기준 중저신용자 20%를 고신용으로 재평가했다. 이를 통해 약 10만명의 고객이 1금융권으로 신규대출을 이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대안신용평가가 빅테크와 핀테크사를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정윤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데이터 품질·모델의 불투명성과 제도적 기반의 부족으로 실제 금융시장에서의 채택률이 낮고 활용도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대안신용평가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모형 고도화를 넘어 알고리즘 모델의 설명가능성을 높인 모델을 개발하고 금융당국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정책적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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