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때문에 '막판 조율' 중인 한미 팩트시트…'원잠·동맹현대화' 담길 듯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1.08 06:00  수정 2025.11.08 06:00

대통령실 "팩트시트, 정상 논의 이슈 다 커버"

원잠 선체 韓서 건조…농축 우라늄은 美서 공급

韓美 SCM 성명 '주한미군 현 전력수준 유지' 빠져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한 모습을 30일 SNS에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SNS

한미 정상 간 안보 협력 성과를 정리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원자력추진잠수함(SSN) 도입 등 한국군 전력 강화 방안은 물론 미국산 무기 도입 확대가 담길 전망이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한국 방위'의 틀을 넘어 자국 전략 이익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팩트시트 발표 시점이 계속 뒤로 밀리고 있으며 이와 맞물려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국방부 장관의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 역시 아직 공개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팩트시트, 안보 일부조정 중…원잠 韓서 건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7일 한미 간 팩트시트 발표 시점과 관련해 "안보 분야에서 일부 조정이 필요해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고 "안보 분야의 경우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대로 발표해도 될 만큼 문구가 완성됐었지만, 회담에서 새로운 얘기들이 나와 이를 반영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새 이슈에 대한 조정도 대체로 마친 상태인데, 미국에서 문건을 검토하면서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는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구체적인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언제가 될지 특정해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신규 어젠다'로 떠오른 것은 재래식 무장형 원자력 추진잠수함 건조 문제다. 한국이 실질적 해양 억제력과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추는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오르면서, 한반도 군사력 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팩트시트에는 (우라늄의) 농축·재처리 부분도 다뤄지고, 한미동맹의 현대화 부분도 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구체적인 원자력잠수함 건조 방법과 관련, 선체 및 원자로는 한국에서 만들고 연료로 쓰이는 농축 우라늄은 미국에서 들여오겠다는 것이 현재 정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체 건조 장소를 미국의 '필리조선소'로 거론하며 혼선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 간 대화에서는 한국에서 짓는 것으로 논의한 사안"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 대화에 대한) 기록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여기(한국)에서 짓는다'라고 말한 부분이 나와 있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안보 분야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 도입 추진과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국방비 증액 관련 항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을 한국 방위 차원을 넘어 상호 전략 이익에 기여하는 체제로 재정의하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 측은 도입할 예정이거나 이미 구매를 결정한 미국산 무기 목록을 미 측에 제시하면서 2030년까지 구매 규모를 250억 달러(약 36조원)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SCM성명서 '핵사용시 김정은 정권 종말' 문구 빠진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을 마치며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했으나 아직 발표되지 않은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 문구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전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표현도 빠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대북 메시지 톤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성명에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포함됐던 '북한의 어떤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표현은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2년 제54차 SCM에서 처음 삽입된 뒤 2023·2024년 성명에도 유지됐었다. 다만 이재명 정부 첫 SCM 성명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대화·외교 병행 필요성 등을 언급하는 수준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내세운 정부 기조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접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정세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한미군 문제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번 성명에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 방지와 역내 안정 유지를 위해 전력과 태세를 유지한다'는 문구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8년부터 거의 매해 명시돼 온 '현 수준(current)을 유지한다'는 표현은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문구는 트럼프 1기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던 2020년 SCM 성명에서 한 차례 삭제됐던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현 수준' 표현이 다시 빠지면서, 주한미군의 규모나 역할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이번 성명에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역내 위협(all regional threats)에 대비해 미국의 재래식 억제력을 강화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성명이 '북한의 침략'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비교하면,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를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장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기조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한미는 정상 간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가 발표된 뒤 SCM 공동성명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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