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발로 뛰며 젠슨 황·맷 가먼 등 주요 인사 초청
'경제계 수장'으로서 글로벌 네트워킹 무대 만들어
APEC CEO 서밋, 단순한 국제행사 이상의 의미
기업의 더 큰 역할 위해 정부의 전폭적 지원 필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0월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31일 막을 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은 역대 가장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수치로도 뚜렷하다. 2년 전 미국, 지난해 페루에서 열린 행사보다 세션 수, 연사 수, 참석 정상 수 모두에서 압도적인 결과를 냈다. 세션은 미국(15개), 페루(14개)를 넘어 20개로 기록됐고, 연사도 미국(51명)과 페루(48명)에 비해 약 70명으로 늘었다.
정상급 참석자도 단연 최대 규모였다. 미국과 페루가 각각 9명에 그친 반면,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14명의 정상이 서밋을 찾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맷 가먼, 징둥닷컴의 류창둥 등 세계 주요 기업의 리더들도 대거 참석하며, 경주가 며칠간 세계 경제의 중심 무대로 떠올랐다.
이 중심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있었다. 그는 서밋 준비를 위해 약 10만㎞를 이동하며 주요 인사들을 직접 만나 초청했다. 그 결과 경주는 단순한 회의장이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킹의 무대로 변모했다.
약 2만8000명이 모였고, 수백 건의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졌으며, 특히 젠슨 황 CEO가 한국에 26만장의 GPU를 공급하기로 약속하면서 한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됐다. 최 회장의 이런 노력을 기반으로 한국은 대규모 외교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한국의 정치·경제적 안정 및 대외 신뢰 제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AI 반도체로 세상을 움직이는 황 CEO가 기술의 리더라면, 최태원은 '사람과 신뢰로 연결하는 리더십'이다. 최 회장은 자신과 SK그룹이 주목받는 것보다 '경제계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다. "많은 회사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다. 의장으로서 여기 오신 분들이 뭔가를 얻어가기를 지원해 드려야 되는 입장이다 보니까 서로 간에 많은 미팅을 (하도록) 주선해 주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이 한마디는 이번 서밋을 상징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월 28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퓨처테크 포럼: AI’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이번 행사의 성공은 단순한 국제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민간 부문이 스스로 글로벌 협력의 장을 만들고,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경제계가 이렇게 앞으로 뛰었으니, 이제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최 회장을 비롯한 경제계가 발로 뛰어 세계의 리더들을 한국으로 초대했다면, 이제 정부는 그 에너지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할 차례다.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고,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하며, 혁신이 실제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APEC CEO 서밋의 성공은 한 리더의 노력과 헌신에서 시작됐지만, 그 불씨를 국가 성장의 불꽃으로 키우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민간이 세계를 향해 문을 열었다면, 이제 정부가 그 문을 더 넓혀줄 때다. 발로 뛴 기업의 땀 위에, 정부의 용기 있는 결단이 더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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