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실장에 박학규 사장… 정현호 부회장 일선서 물러나
연말 사장단·임원 인사 앞두고 '뉴 삼성' 조직 체계 재정비
ⓒ데일리안DB
삼성그룹이 조직 안정화에 속도를 낸다. 먼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를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하는 개편을 먼저 실시, 그동안 TF를 총괄해온 정현호 부회장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나고 박학규 사장이 초대 실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이재용 회장의 경영 구상 방향이 본격적으로 구체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재계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달 중 사장단·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 인사를 냈으나 최근 2년간 11월 말로 인사 시기를 앞당긴 바 있다. 다가올 정기 인사에 앞서 지난 7일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바꾸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것이다.
삼성은 지난 8년간 사업지원TF를 두고 삼성 주요 계열사 간 사업 전략 조율과 경영 지원 기능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TF 형태가 오히려 '미완성 조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 계열사 단위의 경쟁력 강화를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는 상설 컨트롤 조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사업지원TF 출범 8년 만에 정식 조직이 된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인사)팀으로 구성됐다. 초대 실장인 박학규 사장은 삼성전자 전략 및 재무라인을 거친 인물이다. 삼성전자의 양대 축인 DS(디바이스솔루션)과 DX(디바이스경험) 각 부문에서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박 사장의 이력이 재무에 집중됐다는 점을 두고 지난 사업지원TF장이었던 정현호 부회장과 어떻게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박 사장은 경영학, 이른바 문과 출신이나, 이후 카이스트 경영과학 석사 출신으로 기술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반면, 전임자였던 정현호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는다. 정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혀왔으나, 지난 2년간 반도체 업황 급락과 삼성 실적 부진 국면에서 대내외적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재편은 조직 효율화이자 분위기 쇄신 조치로도 해석된다.
사업지원실 전략팀은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을 이끈 최윤호 사장이 맡는다. 사업지원TF 소속이던 주창훈 부사장과 문희동 부사장은 각각 경영진단팀장과 피플팀장으로 임명됐다. 사업지원실은 기존 TF의 계열사 조정 역할에서 나아가 신사업 발굴, 미래 투자,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편은 이재용 회장이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며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시점, 그리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이 바닥을 찍고 회복 흐름으로 돌아서는 시점과 맞물린다.
경영 족쇄는 풀렸고, 실적의 바닥도 확인됐다는 점에서 '뉴 삼성' 방향을 실제 조직과 사람 차원에서 정비해야 할 적기라는 해석이다.
한편 삼성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연말 경영평가를 마친 상태로, 이달 중순 사장단·임원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 사업부 재편, M&A 담당 조직 강화,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십 확대 등 굵직한 인사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에선 노태문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이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부회장으로 승진할지 여부도 큰 관심이다. 최근 반도체 사업이 실적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는 부분을 감안하면,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의 교체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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