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으니 사채로…점점 내몰리는 서민 금융정책 [금융규제 역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11.11 07:24  수정 2025.11.11 07:24

대부업 대출중개 약정액, 규제 후 한주새 116% 급증

“중신용 이하 계층 자금조달 창구, 사실상 막혀”

서울시내 한 거리에 사금융 광고 전단 스티커가 붙어있다.ⓒ뉴시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민층이 급전 마련길이 막히자, 대부업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1·2금융권 문턱이 높아지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법정 최고금리 20%에 달하는 고금리 대부업으로 쏠리고, 일부는 불법 사채시장으로까지 내몰릴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핀테크업체 핀다에 따르면, 자사 플랫폼을 통한 대부업 대출중개 약정액은 정부의 대출 규제 직후인 10월 3주차 대비 4주차에 116% 급증했다.


약정 건수 또한 96% 늘어나며 사실상 수요가 폭발했다. 대출 이용자 대부분은 신용점수 541점 수준의 하위 20% 계층으로, 은행권은 물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처럼 10·15 대책 이후 대출 수요가 단기간에 폭증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소액 신용대출 중심으로 급전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저축은행의 7~8월 가계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지난해 대비 38%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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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이후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범위 안으로 묶이면서, 제2금융권조차 서민 대출을 내주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6·27, 10·15 대책으로 신용대출까지 소득 한도 안에 묶이면서, 정작 생계형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의 숨통이 막혔다”며 “결국 정부가 서민을 불법 자금시장으로 밀어 넣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와 부동산 규제 여파가 신용대출로 번지며, 중신용 이하 계층의 자금조달 창구가 사실상 막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만 매몰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출 규제를 부동산 투기 억제 수단으로만 보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수요자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대출을 묶는 식의 ‘과잉 규제’는 부작용만 키운다”며 “신용·소득 수준별 차등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대출 총량만 줄인다고 부채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며 “공식 금융문이 닫히면 비공식 금융이 활개를 치는 게 시장의 기본 원리”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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