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징금 30배·신고 포상제 추진…얼굴패스 실효성 의문 속 지드래곤 선예매 방식 '주목'
‘얼굴’이 공연장 입장권이 되는 시대가 왔다. 티켓도 신분증도 필요 없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엔 개인 생체 정보를 기업 서버에 맡겨야 하는 불안이 존재한다. 공연계에 빠르게 확산 중인 ‘얼굴패스’ 제도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NOL티켓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의 걸그룹 아일릿(ILLIT)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25 아일릿 글리터 데이 앙코르’(2025 ILLIT GLITTER DAY ENCORE) 공연을 성료했다. 이 공연은 ‘얼굴패스’ 입장 시스템이 적용돼 티켓이나 신분증 없어도 얼굴 인식만으로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얼굴패스는 놀(NOL)유니버스, 하이브, 토스가 지난해 8월 공연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통해 개발됐다. 본인 인증에 필요한 절차와 시간을 간소화하고 불법적으로 티켓이 판매·유통되지 않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놀유니버스에서 운영하는 놀인터파크 티켓 예매 사이트인 놀티켓 ‘마이페이지 > 얼굴패스’에 들어가 약관에 동의 후 카메라로 얼굴 정면과 상하좌우를 촬영해 등록하는 방식이다. 얼굴등록을 완료하면 입장 시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하고 티켓 확인없이 빠르게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올해 2월 보이그룹 투어스 팬미팅을 시작으로 3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4월 르세라핌, 지난달 엔하이픈 콘서트를 거쳐 이번 아일릿 공연까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공연에 순차적으로 확대됐다.
놀유니버스 관계자는 “얼굴패스 도입 이후 약 1년간 이용 고객들로부터 입장 대기시간 단축과 신분 확인 절차 간소화 등 편의성 향상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고 말했지만 기술 도입의 속도에 비해 개인정보 보호 장치는 여전히 논란이다. 놀티켓 얼굴패스 공지사항에는 얼굴패스 서비스를 탈퇴해도 동일인 대조의 목적으로 서비스해지시점으로부터 분리 보관해 1년 동안 저장된다고 써있다. 개인정보의 파기 조항에 따라 재등록시 동일인 대조 목적으로만 활용되며 1년 동안 보관 후 폐기된다는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1년간의 보관이 과도하다는 불안이 여전하다. 일부 팬들은 시간이 걸려도 얼굴 등록을 하지 않고 기존 방식으로 입장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는 반응이다.
10월 3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얼굴패스의 개인정보 보관 문제를 두고 지적이 나왔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개인의 생체 정보는 개인 정보 중에서도 굉장히 민감한 정보다. 그런데 놀티켓의 얼굴 패스 공지사항을 보면 이 정보가 놀유니버스도 아닌 토스에 1년간 보관 후 폐기된다. 관련 기술을 토스에서 개발했기 때문인데 이용자가 놀티켓이나 하이브도 아닌 토스에 자신의 얼굴이 보관될 거라는 인식 자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심지어 토스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사전 적정성 검토 승인을 받은 건 얼굴패스가 아닌 얼굴 페이 사업에 대한 것이다. 토스 측에 확인해보니 얼굴패스와 얼굴 페이 사업은 같은 기술을 사용했지만 다른 사업이라는 답변이 왔다. 그렇다면 얼굴패스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얼굴 패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전 적정성 검토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ICT) 규제 샌드박스도 받지 않은 무허가 서비스 상태"라며 “특히 하이브 아이돌이 나오는 공연을 관람한 청소년들의 얼굴 데이터는 보호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비판했다.
토스는 “사전 적정성 검토는 의무 제도가 아닌 선택 절차로, 토스는 주력 서비스인 페이 사업에만 검토를 받았다"며 "얼굴 패스는 부가 서비스 성격이라 별도 검토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탈퇴 후 1년간 얼굴 정보를 보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부정 이용 방지와 민원 대응 목적”이라며 “해당 정보는 일반 서버와 분리된 별도 서버에 저장돼 사고나 고객 요청 시에만 열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X(구 트위터)
그러나 얼굴 패스의 목적인 암표상 근절에도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X(구 트위터)에 '아일릿 얼굴패스'를 검색하면 공연 시작 전 얼굴패스 도움 가능이라며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 티켓을 파는 글이 적지 않다. 한번 얼굴을 등록하면 그 후 1년 간 다른 얼굴 등록이 불가하지만 대신 본인의 계정이 아니어도 얼굴만 등록하면 입장이 가능해 본인확인은 더욱 허술해진 것이다.
기술을 통해 암표를 막으려 애쓰는 한편 실수요자가 직접 표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수 지드래곤(G-DRAGON)은 10일 오후 8시 서울 앙코르 콘서트 선예매를 진행했는데 이번 티켓팅을 하기까지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우선 지드래곤 공식 멤버십 회원이면서 쿠팡와우 회원인 사람 중 10월 31일~11월 2일 선예매 서베이를 신청하고 11월 6일~11월 11일까지 쿠팡플레이 또는 인터파크 글로벌에 멤버십 인증을 마쳐야 선예매를 할 수 있다. 인터파크 글로벌은 해외 팬을 위한 예매 창구로, 쿠팡플레이보다 1시간 늦게 열렸다. 이러한 절차는 대리 예매·매크로를 막고 국내 실수요자에게 우선권을 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선예매 방식을 두고 “지드래곤의 팬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티켓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누리 매니저는 “선예매 절차가 복잡해 보이지만 팬 인증과 본인 인증 과정을 강화해 암표나 불법 양도 사례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현장에서도 본인 확인을 거쳐 입장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재판매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 팬 대상 창구인 인터파크 글로벌 예매가 국내보다 1시간 늦게 열린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 앙코르 공연인 만큼 한국 팬들이 조금 더 편하게 티켓팅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도 암표 근절을 위한 제도적 대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티켓을 웃돈에 판매하는 행위는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전면 금지하겠다”며 “상습 위반자는 가중처벌하고 부정 취득 이득보다 큰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형벌 강화보다 실효적 제재를 강조하며 “과징금을 판매 총액의 최대 30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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